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피해자를 불러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퇴출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14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이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일부 피해자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당시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다. TF는 정부 비판 성향을 보이는 연예인을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문화예술계 인사는 82명에 달한다.
당시 방송 등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꺼낸 적 있는 연예인과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던 영화감독 등이 압박 대상으로 꼽혔다. 검찰은 82명 중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겪은 정황이 있는 주요 피해자를 소환해 구체적인 사실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대표적 피해사례로는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방송인 김미화씨, 라디오 프로그램 ‘이외수의 언중유쾌’가 폐지되는 경험을 한 작가 이외수씨 등이 언급됐다.
이명박 정부를 자주 비판했던 진중권 교수도 2009년 홍익대에서 강의가 갑자기 없어지고 강연이 돌연 취소되는 일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윤도현씨와 방송인 김제동씨는 국정원 의도대로 소속사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배우 문성근씨는 정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국정원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수사 대상이 늘어나는 데 대비하기 위해 검찰은 전담 수사팀 인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앙지검은 2차장 산하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 공안2부(진재선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타 검찰청 파견검사를 포함해 검사 13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운영 중이다. 최소 2~3명이 증원돼 15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