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입법을 주도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시행 1주년을 맞는 청탁금지법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들이 이미 이 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 법으로 자신의 행동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는 건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이 법의 목적이 부패를 처벌하는 것보다 앞으로 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법조계 비리 등 굵직한 ‘거악’이 터져 나온 데 대한 변론에서다.
그는 “이 법은 공직자나 교사가 첫 출발을 할 때부터 거절하기 어려운 청탁이나 뇌물을 받았을 때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규범을 몸에 익히기 위한 법”이라며 “당장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법의 지향점은 처벌보다는 규범의 내면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3·5·10만원(식사·선물·경조사비)으로 규정된 가액기준을 놓고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정비하는 거야 좋다”면서 “절대 불변의 법칙도 아닌데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액기준 외에도 김 전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추가하거나, 직무 관련성 등 법 해석상의 모호함을 낳는 규정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해충돌 방지란 공직자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의 수행을 피하고, 현재 맡고 있는 직무와 관련된 외부활동을 삼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김 전 위원장이 처음 법을 만들었을 때 원 법안의 제1조에는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하여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함으로써’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입법 과정에서 조항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논란이 제기돼 빠지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원안의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니 최대한 단순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에서도 청탁금지법에 이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빠지면서 법 효과가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호소에 대해서도 권익위와 국회가 더 귀를 기울여 법을 정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법을 폐기하라는 사람은 못 봤지만, 좀 더 쉽게 해줄 수 없느냐는 말을 들을 때는 아쉬웠다”며 “권익위에서 조금 더 신경 써서 더 쉽게 법을 홍보한다거나, 국회가 조금 덜 복잡하게 법을 정비하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만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바로 그 때문에 법이 성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화훼업계나 고가 음식점 등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래서 2년의 유예기간을 두려고 했는데 그 기간이 1년 반으로 줄었고 그 기간에 정책 지원이 미미했다. 유예기간이 너무 헛되이 넘어갔다”고 아쉬워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