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커피인문학] 시대와 인류를 각성시킨 커피의 역사

■ 박영순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커피는 언제부터 인류를 사로잡았을까? 인류의 기원도 아프리카로 보는 관점이 유력한데, 커피나무의 기원이 에티오피아 고원이라는 사실도 DNA 분석을 통해 최근 밝혀졌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커피나무를 받아들여 ‘경작’을 통해 주도권을 선점한 곳은 예멘이었고 이후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거쳐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커피가 퍼져나갔다.


신간 ‘커피인문학’은 제목처럼 커피를 통해 역사와 시대·혁명정신, 문화 등을 두루 살펴본다. 유럽으로 건너가 ‘아라비아의 와인’이라는 뜻으로 ‘카와’라 불린 커피는 17세기 중반 이후 ‘카페 문화’를 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향신료·설탕·담배에 이어 커피는 세계적 무역상품이 됐고, 더 많은 커피밭을 일구기 위해 유럽 강국들은 식민지를 개척하고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유린했다.

프랑스에서 커피는 민중을 깨우는 도화선으로, 카페는 혁명의 아지트로 작동했다. 영국이 식민지 경제지배를 강화하자 1773년 미국 독립혁명 지도자들은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키고 영국 차 불매운동을 벌였다. 당시 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일종의 ‘문화 시위’였다.

커피와 조선의 관계도 흥미롭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고종 황제가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한국인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것은 허구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반면 구한말 전파된 커피는 구습을 타파하고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는 용기의 각성제였다. 1만9,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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