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봉한 ‘시인의 사랑’(㈜영화사진, 미인픽쳐스, 감독 김양희)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그의 아내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 팍팍한 현실과 아름다운 시 세계에서 고뇌하는 시인 ‘택기’(양익준), 시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가장 사랑하는 아내 ‘강순’(전혜진), 그리고 이들 앞에 나타난 함부로 아름다운 소년 ‘세윤’(정가람)이 주인공이다.
정가람은 ‘시인의 사랑’에서 시인 택기가 시적 영감을 얻으면서 그의 사랑을 받게 되는 소년 세윤 역을 맡았다. 세윤은 병들어 누워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에게 잘해주는 택기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이로 인해 택기의 아내 강순과 대립하기도 한다.
배우 정가람 /사진=조은정 기자
그는 “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시인은 소년에게 태양과 같은 존재이다”고 했다. “든든하고 듬직하게 나를 비춰주는 태양처럼, 나를 빛나게 해주는 존재요. 그래서 그 사람이랑 같이 있을 때 너무 좋은 느낌이 드는거죠. 양익준 선배님과의 연기 호흡 역시 너무 감사하고 좋았어요. ”영화의 모티프가 된 현택훈 시인의 시들은 물론, 김소연, 기형도 그리고 김양희 감독의 자작시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문을 여는 현택훈 시인의 [내 마음의 순력도]와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 기형도 시인의 [희망] 등의 시들은 김양희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어울리는 정서나 표현을 메모해두었다가 시의 언어로 다듬는 작업을 거쳤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던 ‘시’라는 은유를 통해 주인공들의 상황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영화다.
정가람은 “‘시인의 사랑’은 한 편의 시 같은 영화이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는 영화의 중요한 키 포인트로 작용한다.
“영화에서 김소연 시인의 시가 나오는데, 영화는 마치 이 시를 빗대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저희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말 할 수 있어요. 시를 듣는데 상상하게 되고, 영화가 한편의 잔잔한 시를 직접 느낀 느낌이에요. 시 같은 영화죠. 영화를 찍기 전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는 어떤 ‘시’가 보이면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
‘시’에 대한 관심은 그의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전이라면 지하철역 벽에 있는 시를 큰 감정의 동요 없이 읽는 정도였다면, ‘시 한 편이 나오기까지 이 사람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떤 감정이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된 것. ‘직접 시를 써보기도 하냐’고 물어보자, “시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
“뭔가 인생을 겪은 사람이 쓰는 게 ‘시’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인생을 많이 겪었고, 어리다고 해서 인생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 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좀 더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싶어요. 필리핀 쪽을 여행 한 적이 있는데, 6살짜리 아이도 일을 해요. 팁을 받으면 좋아하고 그렇게 하루 하루 사는 게 행복하고 즐겁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처음엔 충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밀양 출신의 배우 정가람은 연기를 따로 배우지는 않았다고 했다. “동물처럼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고 했다.
배우 정가람 /사진=조은정 기자
영화 ‘시인의 사랑’ 스틸
영화 ‘시인의 사랑’ 스틸
“‘시인의 사랑’ 때도 내가 이 영화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 했었던 것 같아요. 아직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요. 다양한 많은 실전 경험들을 쌓아가야 하나.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여러 생각들이 들긴 하는데, 그게 어떤 건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정가람의 내면 속엔 수천가지의 연기 본능이 꿈틀거렸다. “동물적인 연기를 추구하고 싶어요. 순간 순간 느끼는 대로 하고 싶어요. 체계적으로 여기선 이렇게 해야지. 저기선 저렇게 해야지가 아닌 내 속에 있는 걸 순간 순간 꺼내서 하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고 싶어요.”
한편 정가람은 ‘4등’, ‘시인의 사랑’에 이어 ‘악질경찰’, ‘독전’ 그리고 ‘기묘한 가족’까지 스크린 속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