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베트남 카드사 인수를 추진한다. 롯데그룹의 베트남 사업 확대를 위한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지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중국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보고 금융계열사마저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돌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 전체가 ‘탈중국’ 행렬에 나선 것이다.
27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은 28일 베트남 현지에서 테크콤파이낸스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현지 은행인 테크콤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테크콤파이낸스 지분 100%를 수백억원에 인수한다. 테크콤파이낸스는 베트남 5위 은행인 테크콤뱅크의 100% 자회사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신용카드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신용카드나 할부금융, 대출 시장 등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롯데카드 고위 관계자는 “28일 오후 현지에서 테크콤파이낸스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라며 “처음부터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롯데마트 등 베트남에 진출한 그룹 계열사의 인하우스 카드 사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롯데카드의 베트남 진출은 그룹 차원의 탈중국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 등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중국에서 계열사 간 인하우스 카드 사업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아예 베트남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중국의 롯데마트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은 단순한 베트남 시장 진출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롯데그룹 전 계열사들이 탈중국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은 현지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과 정보기술(IT) 기기 보급 확산으로 카드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국내 카드사들도 베트남 카드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앞다퉈 진출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함께 지난 2011년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베트남 카드시장에 진출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베트남 카드시장에서 외국계 은행 중 1위, 전체 7위를 차지했다. 법인카드 분야에서는 취급액 기준 1위다. 이외에도 KB국민·삼성카드 등도 진출을 검토 중이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과 손잡고 베트남 현지에서 개인카드와 법인카드 등 총 7종의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현지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카드의 경우 후발주자인 만큼 현지 카드사 인수를 통해 베트남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사드 후폭풍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중국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높은 베트남·러시아·인도 등을 중심으로 전 사업 부문이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으며 최근에는 기타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앙아시아, 북미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