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노조] CEO 선임까지 트집..."은행발전 안중에 없고 기득권만 챙기나"

■ 도 넘은 금융권 노조 행태
윤종규 KB회장 연임 반대만 고집하다 출구전략 못찾아
은행聯 회장실 점거...신임 輸銀 행장 출근 저지 투쟁도
"유리한 사안 관철만 주력...차세대 먹거리 전략마련 차질"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부젤라로 울산 공장을 찾아온 해외 발주처 관계자들을 괴롭혀 수주를 방해하는 등 도를 넘고 있지만 금융노조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명분도 없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반대하며 무조건 사퇴를 외치는 노조가 있는가 하면, 산별교섭 복원이 금융노조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금융산업사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사무실 문을 깨부수는 등 폭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친노조 정부를 믿고 노조가 노사협상이 아닌 물리력을 동원하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두 산업노조는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노조는 윤종규 회장이 내부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후임 회장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여의도 본점 1층에서 연임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KB금융 내부에서도 “노조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의 결정까지 무시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하면 객관성이 담보되고 절차가 투명해지느냐”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계속 저렇게 나오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며 친노조 정부 들어 노조가 청와대와 교감을 거쳐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억측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노조가 처음부터 윤종규 회장 연임 반대만을 고집한 나머지 출구전략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직된 노조의 주장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기회를 잃어’ 버린 게 아닌지 걱정”이라며 “노조가 어떻게 든 명분을 찾으려 할 텐데 그렇게 하다 보면 점점 노사갈등이 악화되고 노조도 점점 더 과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과감하게 한발 물러나 새로운 회장과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KB노조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KB노조는 최근 참여연대 출신의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회사 인사와 경영에까지 깊숙이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이 같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노조의 압박이 심해지면 결국에는 백기를 들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입은행 노조의 경우 은성수 은행장의 사무실 출근을 명확한 이유도 없이 가로막다가 얼마 안 가 흐지부지 없던 것으로 하는 구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물리력을 동원하면 사측에서 뭔가 양보하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여론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노조의 투쟁방식도 정교하고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가 산별교섭에 응하도록 시중은행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는 금융산업사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사무실 문까지 부수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본지 9월28일자 1·2면 참조

금융권 노조가 점점 더 대화보다는 과격성을 띠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시대는 전태일 열사가 풀빵도 못 먹는 직공을 위해 한 몸 불사른 시대하고는 바뀌었다”며 “이제는 노조나 사측도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문제 해결에 어떻게든 기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노조는 여전히 과거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노동 정부에 힘입은 노조가 기업의 발전에는 안중에도 없고 사내 복지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안만 관철시키려 하면서 경영활동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앞뒤 없는 요구가 결국 금융산업 발전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등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한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력·점포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사건건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내 101개 점포 계획을 90개로 줄인 한국씨티은행의 경우에도 정치권에 힘입은 노조의 요구로 인해 차세대 전략이 한발 늦어진 셈”이라며 “결국 노조와 사측은 한배를 타고 있는데 한쪽을 위한 주장만 받아들여진다면 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11층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실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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