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향해 전진하는 로우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택 개량 체인 업체 로우스가 온갖 종류의 미래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로우스는 의미심장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로우스의 가상현실 기기 홀로룸 하우 투.



미국 버지니아 주 크리스천버그의 로우스 LOWE’S 매장에서 한 직원이 40 파운드(약 180kg)짜리 에어컨을 진열대에서 손쉽게 끌어내렸다. 그는 무거운 짐을 들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 수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터미네이터 Terminator가 입고 있을 것처럼 보이는 이 복잡한 장치는 탄소 섬유 막대로 제작되어 있다. 이 막대가 인공 인대처럼 작용해 매장 직원들에게 보디빌더 수준의 힘을 제공한다. 회사는 이 로봇 수트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주길 바라고 있다.

‘외골격(exoskeleton)’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로우스 혁신 연구소(Lowe’s Innovation Laps)와 버지니아 공대의 협업으로 개발됐다. 연구소의 임무는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매장 운영과 소비자 경험을 개선할 기술 개발을 위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외부 기관과 협업을 하는 것이다.

수도꼭지와 천장 선풍기 같은 것을 판매하는 소매 매장이 왜 이런 미래지향적인 외골격에 관심을 가질까? 로우스가 홈데포 Home Depot를 따라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지금, 아마존도 DIY 시장에 조금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소매업에 적용되는 신기술에 기울이는 아마존의 관심은 지칠 줄 모른다. 월마트 Walmart에서 콜스 Kohl‘s와 메이시스 Macy’s까지, 많은 체인 매장들도 실리콘밸리 기술 노하우를 모방하려 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본사의 숨막히는 관료주의적 문화와 멀리 떨어진 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직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미래 성장동력을 구상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시애틀에 위치한 로우스 연구소 소장 카일 넬 Kyle Nel은 “방법과 목표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국 어떠한 변화도 이뤄내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이 혁신적인 변화에 성공한 대형 소매기업이 드문 이유”라고 설명했다.

로우스 연구소가 진행한 다른 공상과학적 연구 중엔 지난 3월 선보인 홀로룸 하우 투 Holoroom How To도 있다. 이 가상현실 기기는 고객들에게 기초적인 집 보수방법을 가르쳐준다. 고객들은 가상 현실 헤드셋을 쓴 채 쪼그리고 앉아 양동이에 시멘트를 섞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장 쇼룸 체험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필요한 건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 같은 장치뿐이다.

로우봇 LoweBots이라는 셀프 가이드 로봇도 작년 가을부터 손님들이 원하는 스크루 드라이버를 찾아주거나 페인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재고가 부족할 땐, 직원들이 목재 광택제를 추가 주문할 수 있도록 재고 확인작업도 해주고 있다.


이 같은 혁신들이 아무리 멋질지라도, 로우스는 아직 발명품을 소수 매장에만 배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골격 장치는 미국 내 1,800여 개 매장 중 단 한 곳에서만 시험을 하고 있다. 홀로룸 하우 투도 미국에선 아웃렛 매장 한 곳, 캐나다에선 두 곳의 아울렛에서만 이용을 할 수 있다.

2013년 혁신 연구소를 설립한 행동주의 과학자 넬은 폭주하는 비용에 대한 경영진의 우려를 의식해 ’발명을 위한 발명‘의 위험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타깃 Target의 CEO 브라이언 코넬 Brian Cornell은 지난 2월 갑작스럽게 ‘미래의 매장(Store of the Future)’프로젝트를 중단시킨 바 있다. 계산원 없는 ‘고 Go’편의점을 세우려는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타깃의 할인매장은 그대신 더 빠르고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계획에만 몰두하겠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소매업계의 혁신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는 건 이해 할만한 일이다. ‘유통업의 미래’라고 내세웠던 많은 매장 기술들이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채택되거나, 아예 무산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콘 beacons *역주: 저에너지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한 무선 송신 기술 은 어떻게 됐나? 소매업체들은 이 기술이 소비자가 쇼핑을 하는 동안 고객의 스마트폰에 할인 쿠폰을 빠르게 전송해줄 것이라 홍보했다. 업체의 재고 상황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이라 여겨졌던 RFID 태그는 또 어떻게 됐나? 두 기술 모두 대대적인 광고에 비하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로우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소매업 컨설턴트 더그 스티븐스 Doug Stephens는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소매업 기술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그건 소위 ‘홍보 계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소매업체들은 굳이 특정 혁신 연구소를 갖출 필요가 없다. 쇼핑객들이 원하는 바를 가장 먼저 간파할 수 있는 수 백 곳의 매장을 이미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추세는 불가피하다. 올해 봄 월마트는 기술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기존 경영진과는 분리된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 밝혔다. 최소한의 기술 혁신 립서비스도 하지 않는 소매업체는 월가에서 ‘기술 굼벵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아마존의 부상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가하게 반응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넬은 제 멋대로 괴짜들이 판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와 그의 팀은 새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때 “이게 진정으로 필요한 일인가?”라고 자문을 한 후 움직이고 있다.

그는 혁신 팀에 대해 “실재적이고 가시적(real and tangible)인 것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주류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팀 직원들에게 초인간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보다 더 가시적인 것이 있을까?



로우스의 외골격 장치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매장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 새 근육을 활용하는 작업자들

초인간적인 힘을 지닌 직원을 채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안으로 몇몇 회사들은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직원들에게 외골격이라 불리는 수트를 착용하게 하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와 협업해 외골격을 개발한 주택 자재용품 업체 로우스는 이 기술을 테스트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긴 조끼 혹은 미니 제트 팩 모양의 수트는 작업자가 쪼그리고 앉을 때, 탄소섬유 막대를 활용해 에너지를 축적한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무거운 페인트 통을 들 때 에너지가 방출되는 식이다. 작업자는 이를 통해 더 많은 근육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PHIL WAH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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