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다 보니 농산물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농산물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한 부분이다. 일례로 ‘금배추’라는 말을 자주 듣는 배추의 경우 국민 1인당 연간 배추 소비량은 평균 49.3㎏, 약 16포기로 평균 소매가격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4만8,000원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377잔으로 하루 평균 한 잔이 넘었다. 커피 한 잔에 500원만 잡아도 약 19만원으로 배추 소비액의 4배 수준이다. 커피의 구매빈도는 배추보다 훨씬 높고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업체와 편의점 커피 가격이 적게는 6%, 많게는 20%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추가 커피보다 물가상승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통계를 바탕으로 한 지표물가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의 차이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배추(0.12%)나 무(0.06%)의 가중치는 커피(0.23%)뿐만 아니라 인터넷 이용료(0.57%), 휴대폰료(3.83%)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 하지만 채소나 과일 등 농산물은 마트나 시장·언론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가격이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가중치는 실제보다 높을 수 있다.
농산물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것도 가격 상승을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폭염과 태풍 등 예상치 못한 기상요인이 농산물 공급에 영향을 주는데 농산물은 수요량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크게 오르게 된다. ‘전년 대비 100% 상승’ ‘일주일 만에 2배 급등’ 등의 가격 분석은 대부분 이러한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농산물은 평년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등락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에도 농산물 물가에 주목하는 것은 생활에 밀접한 먹거리 수급과 직결돼 있는 탓이다. 농산물 가격 안정은 생산 농가의 안정적 영농과 식품외식업체의 원가예측, 판매계획 수립 등 예측 가능한 경영활동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산물 수급관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선제적 수급대책을 강화해 가격 등락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구조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 정확한 수급정보 공유를 통한 예측 생산·소비 확대로 농업인과 소비자가 보다 마음 편히 농산물을 공급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