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展, 서울시립미술관 최초 대만에 '수출 전시'

내년 2월 대만 쉐쉐인스티튜트 전시 협약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가 현지전시 주관
"멋진 작가 많은데 호사...의미없는 일도 계속하면 의미 자라나"

지난 3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와 그가 설립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파티)의 활동을 조명한 세마그린(SeMA Green) 기획전 ‘날개.파티’가 개막했다. 이 전시는 시작부터 화제였다. ‘세마그린’은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작가를 선정해 업적을 되짚는 격년제 전시로 김구림·윤석남 등이 초대됐을 뿐 디자이너는 안상수가 최초였다. 순수예술을 지향하던 미술관이 동시대 예술 전반을 포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결과다.

‘날개.파티’전은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이래 ‘첫 번째 수출 전시’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안상수는 “멋진 작가들이 많은데 내가 기회를 가진 것은 큰 호사를 누린 것”이라며 “이 전시가 대만에서 초대를 받아 내년 2월 현지에서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가 한창이던 5월 대만의 기업문화재단 산하 미술기관인 ‘쉐쉐(學學)인스티튜트’ 관계자들이 직접 방한해 미술관을 다녀갔고 전시 의향을 밝혀 최근 양 기관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전시를 기획한 권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가 내년에 대만으로 가 현지 전시도 직접 주관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전시가 그대로 외국 미술관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상수와 서울시립미술관의 인연은 이뿐 아니다. 한쪽 눈을 가린 사람들을 촬영한 그의 사진 100여점을 선보인 ‘원아이(One. Eye)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 곳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었다. ‘원아이’ 전시는 이미 해외에서도 두 번이나 열렸다.

“1988년 발행한 계간지 ‘보고서/보고서’ 표지가 한쪽 눈을 가리고 찍은 내 얼굴로 만든 것이었어요. 그냥 찍히는 얼굴이 밋밋해서 별 뜻 없이 가린 것인데 금누리(전 국민대 교수)는 ‘얼굴 조각을 한 것’이라 하더군요. 그 후로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한 눈 가린 얼굴로 찍곤 한 것이 지금은 5만장 정도 쌓였습니다. 그 안에 담긴 사람은 더 많겠죠.”

안상수는 일기처럼 자신이 만난 이들의 사진을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놀이처럼 시작한 것에 시간이 쌓이며 의미가 더해졌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의미를 선물해준 것”이라며 “의미 없는 일도 일기처럼 계속하니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의미가 자라나더라”고 덧붙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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