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내놔라 시민행동’ 국정원 정보공개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에 명진 스님(앞줄 가운데)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해 있다 /이두형기자
사회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과 시민들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도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짙다며 완전한 정보공개로 국정원 개혁이 완수되지 않을 경우 ‘국정원 폐지’ 운동 등도 진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놔라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행동의 정보공개청구대리 창구가 개설되고 10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지지를 보냈다”며 “직접 국정원을 방문해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1차 정보공개청구인단의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했다. 국정원은 이날로부터 최장 20일 이내에 청구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1차 청구인단은 총 550명으로 구성됐으며 민주노총과 전교조,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34곳도 참여했다. 명진 스님과 송경동 시인, 이석태 전 세월호특조위원장 등 사회 인사뿐 아니라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철 전 국회의원 등 정치계 인사들도 함께한다. 시민행동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확인된 문화예술인들도 대거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실제로 국정원이 민간인의 노동조합 및 정당 가입 정보 등을 비롯해 주민등록번호와 여권 정보 등 개인 고유식별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이를 공작에 사용했는지 밝힌다는 방침이다. 박재동 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는 “국민들은 국정원이 사찰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들을 대신해 우리가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국정원이 사회인사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민행동 법률팀장인 김남주 변호사가 앞서 본인의 개인정보를 국정원이 갖고 있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주민등록번호과 여권번호 등 일부 개인정보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존재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부존재한다고 답변했지만 일부 정보는 확인해주지 않는 것 자체가 국정원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국정원이 왜 갖고 잇는지, 국가 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어서 정보주체에 공개하지 않는지 이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국정원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분석 후 그 내용을 폭로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불법 정보는 삭제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행동은 정보공개청구를 더욱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정원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국정원 폐기 운동으로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민들이 참여하는 서명운동과 함께 불법사찰 대책 마련과 해외 사례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곽노현 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시민의 알 권리에 입각하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무관한 내용과 관해서는 100% 공개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비공개 시에는 그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그 내용이 합당하지 않을 경우 사정없는 법적 정치적 싸움에 돌입해 진정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