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정 전 비서관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고도의 비밀 유지가 요구되는 각종 문건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민간인인 최 씨에게 전달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또 “국정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전체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를 제공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과 범행이 본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게 아닌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건넨 47건의 문건 중 태블릿PC 등에 저장된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최 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문건 33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장하드 문건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았던 것.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2차례에 걸쳐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비서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포괄적,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에 따라 피고인이 해당 문건을 최 씨에게 보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는 공무상 비밀 누설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공모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가 1심 선고에서 유죄로 인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은 재판부가 같은 상황.
정 전 비서관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상납받아 사적인 용도로 쓴 혐의를 조사한 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을 함께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