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허술한 일처리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두 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 HUG가 경영사정이 악화된 건설사를 대신해 아파트 하자보수비를 지원한 후 애초 지원한 금액이 부풀려져 있었다며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부실로 제대로 하자보수를 지원받지 못한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HUG가 뒤늦게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달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에 위치한 ‘계양그대가’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6억8,000만원의 하자보수보증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걸었다.
계양그대가 아파트는 시공사인 글로웨이(옛 임광토건)가 법정관리를 받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하자보수를 할 여력이 없어 지난 2012년 하자보수보증기관인 HUG로부터 하자보수비 1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는 계양그대가 입주자대표위원회가 산정한 금액을 HUG가 고용한 용역업체인 한국경영분석연구원의 평가를 거쳐 결정한 금액이다.
문제는 최근 HUG가 글로웨이에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글로웨이는 HUG가 입대위에 지급한 하자보수지원 금액이 과도하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글로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서 판단한 계양그대가 아파트의 적정 하자보수금액은 3억2,000만원이다. 그러자 HUG는 다시 계양그대가 입대위와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6억8,000만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계양그대가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대위는 “HUG가 선정한 안전진단 업체가 하자 여부 및 보수 금액도 정했다. 이후 하자와 관련한 모든 사항이 종결됐는데도 불구하고 HUG가 최근 글로웨이와의 소송에서 패한 것을 이유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입대위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계획이다.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에 위치한 ‘계양그대가’ 아파트 전경. /사진=이호재 기자
문제는 이 단지뿐만이 아니다. 현재 HUG는 글로웨이가 시공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강변그대가, 수원 영통구 망포동의 그대가프리미어 1·2단지에 대해서도 유사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HUG는 강변그대가의 경우 약 1억원, 그대가프리미어 1·2단지는 5억원 이상을 돌려달라는 입장이다.
강변그대가 1심에서 입주민들이 승소하는 등 앞서 진행된 소송에서 법원은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HUG 사내변호사는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관련 손실 내용에 대해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2심에서도 패하게 되면 상고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도 HUG의 대응이 무리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보면 명백한 HUG의 잘못으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HUG 입장에서도 감사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송을 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UG는 국내 주택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관이다. 국내 유일의 분양보증기관이며 하자보수보증도 HUG와 건설공제조합 등 소수 기관만이 도맡아 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