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보상제가 사라진다

티몬, 대형마트·할인점 이어 폐지
온라인몰 간 가격 차이 미미
과다 마케팅 출혈경쟁 악순환
현재 극소수 업체만 운영



#한때 국내 유통·전자상거래 업체가 앞다퉈 도입하던 제도가 있었다. 바로 ‘최저가 보상제’다.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가 첫 도입한 마케팅 기법. 자신이 판 상품의 가격이 경쟁업체보다 비싸면 그 차액만큼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2000년대 국내 유통업체는 물론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가파라치’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가격과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가격 보상을 노리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유통가 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받았던 ‘최저가 보상제’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대형 마트와 할인점 등이 하나 둘 폐지하더니 최근에는 티몬도 최저가 보상제를 폐지한 것. 현재 유통·이커머스 업체 중에서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하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28일부터 자사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이 쿠팡, 위메프보다 비싼 경우 그 차액을 보장해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폐지했다. 티몬 관계자는 “최저가 보상제의 대상이 소셜커머스 상품 대상인데 위메프만 소셜커머스인 데다가 이용자가 한 달에 10명이고 실제 보상을 받는 사람은 평균 1~2명에 불과해 해당 서비스를 폐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도 최저가 보상제를 없앴다.


현재 대형 마트·할인점 등의 경우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07년 8월에 관련 제도를 폐지했다. 홈플러스도 2016년에 최저가 보상제를 폐지하는 등 대다수 유통사들이 최저가 보상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하는 회사는 이커머스 중에서 위메프와 11번가 정도다. 위메프 관계자는 “최저가 보상제는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약속과도 같아 당분간 이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저가 보상제가 낡은 유물이 되는 이유는 거의 모든 유통·온라인몰들이 최저가를 앞세우고 있어서다. 오프라인 역시 가격이 싼 PB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 몰의 경우 사이트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온라인 몰들은 실시간으로 가격을 모니터링해 최저가 수준으로 맞추는 ‘가격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실시간으로 서로 가격을 맞추다 보니 막상 최저가를 검색해도 업체별로 차이가 나는 금액은 그렇게 크지 않다.

최저가 보상제 경쟁이 실적 악화로 연결된 것도 한 몫을 했다. 최저가 보상제 운영에 따른 과다 마케팅 비용 지출 등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진 경험 때문이다. 소비자 구매 패턴이 바뀌고 무한 경쟁에 돌입하는 등 유통환경이 바뀌면서 가격보다 서비스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가 실시간으로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다 보니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다른 서비스 차별화에 역점을 두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 “불필요한 가격경쟁을 통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말했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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