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은 4일 오후 늦게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사의 미래 경영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이병철 부회장의 거취 논란에 대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아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의 경영권 갈등에 대해 이사진 간에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분쟁이 언제든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이사회는 권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주재 사외이사(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가 경영현황 점검을 이유로 소집을 요청하며 열렸다. 하지만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긴급 이사회 개최의 이유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해 증권업계의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 전문가인 이 부회장을 KTB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 영입이 결국 김승유 전 회장의 합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한때 KTB투자증권 매각을 시도한 바 있는 권 회장이 중장기적으로 KTB투자증권의 경영권을 김승유 회장에게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김 전 회장이 KTB투자증권을 디딤돌로 금융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과 상속을 고려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부회장과 김 전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인연이 깊다. 2004년 이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다올부동산신탁은 하나은행이 지분참여를 했고 2010년 하나금융에 인수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 그룹장으로 영입돼 부동산 사업을 진행했다가 김 전 회장이 물러나며 퇴사했다.
냉각캔 사건 이후 은둔하던 권 회장 입장에서는 KTB투자증권을 키우기 위해 상징적 인물이 필요했고 김 전 회장은 금융계 복귀를 위해 KTB가 필요했다. 중간에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김 전 회장이 KTB투자증권에 입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관계가 묘하게 틀어졌다. 이후 KTB투자증권 내에서 권 회장에 대한 비위 제보가 끊이지 않으며 조직 내 알력이 시작된 것으로 보였다. 실제 지난해 10월 KTB투자증권 내부 관계자가 권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제보했으나 당시에는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올해 2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자료가 더해져 3월 금융감독원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또 8월에는 권 회장이 자신 소유의 회사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폭로되고 금감원이 횡령·배임 혐의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폭로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회장 측근은 “KTB에 합류하지 않기로 한 만큼 김 전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취임 이후 올해 꾸준히 장내에서 KTB투자증권 지분을 사들여 8월 현재 14%(988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권 회장(21.96%)에 이은 2대 주주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권 회장의 일선 퇴진을 요구하고 권 회장은 이 부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