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창] 축제 준비 바쁜 평창 "칼바람과 싸워요"

평창 개·폐막식장 가보니
지붕 없이 뻥 뚫린 개·폐막식장
초겨울에도 체감온도 영하 10도
'방한'이 행사 성공의 관건 될 듯
체감온도 5도 이상 상승 효과
초대형 방풍막 초기작업 한창
관중엔 방한용품 5종 제공 계획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장에 설치된 성화대에서 ‘모의 성화’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장. 섭씨 0도의 기온에 체감온도 영하 4도의 비교적 춥지 않은 날씨임에도 개·폐막식장 관중석 최상단에 서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지붕이 없는 뻥 뚫린 구조라 살을 에는 ‘칼바람’을 그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지붕 설치는 예산과 안전 문제로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평창올림픽은 내년 2월9일 이곳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개막식 공식 시작 시간은 오후8시. 미국의 시청자들을 위한 것으로 거부할 수 없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이다. 이 때문에 개막식을 두고 ‘대관령 혹한과의 전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기자가 찾은 이날

오각형 개·폐막식장의 관람석 외벽 위로 방풍막과 지지대 설치를 위한 와이어가 보인다.



오후8시 개·폐막식장 인근의 기온은 영하 5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강원도에 따르면 내년 2월9일 오후8시 평창의 기온은 영하 7도 안팎, 체감온도는 영하 14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기온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종전 동계올림픽에서는 개막식이 3시간 이상 이어졌는데 평창에서는 강추위를 우려해 2시간으로 줄였다. 3만5,000석의 오각형 행사장이 들어선 곳은 원래 황태덕장이 있던 곳. 예로부터 북서풍이 맹위를 떨쳤다.

지난달 초 개·폐막식장에서는 드림 콘서트가 열렸는데 영상 3도에도 초속 8m의 북서풍 때문에 저체온증 환자가 6명이나 발생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가볍게 입고 온 관람객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배운 것이 많다”며 “개막식 때는 모든 관람객에게 방한 우의와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으로 구성된 방한용품 5종 세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람석 주변에 LPG 히터 40대를 설치한다.

조직위와 강원도는 특히 방풍막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관람석 외벽에 방풍막과 지지대를 설치하는 초기작업이 한창이다. 신용식 조직위 대회조정관은 “시뮬레이션 결과 방풍막을 완전 설치했을 경우 체감온도가 5도 이상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수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적용한 초대형 천을 이용해 목도리를 두르듯 행사장을 감싸 칼바람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신 조정관은 “폭설이 내릴 경우 행사장 자체를 옮기는 플랜B도 마련 중이지만 공개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폐막식장 담당 인력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 성화대에는 ‘모의 성화’가 불타오르고 있었고 인근 부대의 군인들은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고 2인 1조로 경계근무와 안내 임무를 겸하고 있었다. 관람석 꼭대기에서 무대로 연결되는 스키점프대 형태의 슬라이드와 개·폐막식장 상공을 여러 갈래로 잇는 와이어는 “이전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깜짝 쇼를 보여주겠다”는 송승환 개·폐막식 총감독의 공언을 떠오르게 했다. 3,000여명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개막식 공연은 이달 중 현장 리허설을 시작한다.

/글·사진(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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