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류머티즘 산정특례' 계속돼야 한다

이명수 원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대한류마티스내과학회 홍보이사

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 부위의 연골과 뼈가 파괴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염증은 손·발가락, 손목 관절을 지지하고 양분을 공급하며 관절액(활액)을 만들어 윤활유·완충 역할을 하는 활막에서부터 시작된다.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 활막세포가 암세포처럼 과도하게 증식해 활막 조직이 연골과 뼈를 파고들어 관절 조직의 파괴와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팔꿈치·어깨·발목·무릎 관절 어디든 침범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염증은 폐·심장·신경·혈관 등을 침범할 수도 있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동반된 환자가 많아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과 종합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특이 질환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환자에서 발병 1년이 지나기 전에 뼈 손상이 진행되고 나중에는 손가락 변형, 기능 저하 등 관절 손상을 일으키는 드문 질환이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손을 사용하는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전국 17개 병원에 내원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881명을 설문조사했더니 환자의 30%가량은 노동 능력 손실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병을 앓은 유병(有病) 기간이 길수록, 동반질환의 수가 많을수록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한 가지 이상의 동반질환이 있었다. 유병 기간 10년 이상 환자의 23%는 관절수술 등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류머티즘 관절염은 흔한 병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4년이 걸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환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긴 유병 기간과 동반질환으로 환자의 고통과 경제적 손실이 크다. 여러 약제를 복합 처방하는 경우가 많고 고가의 항체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사용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지난 2009년부터 다른 일반 질환보다 낮은 건강보험 본인부담률(현 10%)을 적용받고 있다. 이를 산정특례제도라고 하는데 부담스러운 치료비 때문에 관절의 통증과 부종을 참고 관절의 변형을 감수했던 환자들에게 통증에서 해방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제공했다.


바이오 기술의 발전과 국산 항체치료제의 등장에는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희귀 면역질환자들에게 적용해온 산정특례도 한몫했다. 바이오산업은 이미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떠올랐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은 대부분 산정특례제도가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산정특례제도가 없던 과거에는 고가의 약제 등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관절이 손상되는 환자를 안타깝게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 비해 국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게 도와주는 산정특례제도는 고마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낸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쉽게 치료되지 않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기도 하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산정특례 대상으로 등록할 때 류머티즘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진단 기준에 포함되는 류머티즘 인자 등의 해석 과정에서 오류를 줄여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서다. 국가 혜택이 의도했던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명수 원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대한류마티스내과학회 홍보이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