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압둘라 요르단 국왕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 임하며 ‘외교적 리더십’을 드러내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반전한 것은 노동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를 특유의 돌파력으로 큰 사회적 저항 없이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지지율은 한번 급락하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어려운 게 일반적이지만 소위 ‘프랑스병’의 근원으로 불려온 노조 대수술에 끝내 성공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5월 역대 최연소로 대통령에 오른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노동개혁에 올인했다. 10년째 1%대 저성장률에다 9%를 웃도는 고실업 등 유럽의 경제 회복과 다른 행보를 걷게 한 프랑스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개혁 과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 이전 정부들도 추진했지만 번번이 강성 노조들의 반발에 막혀 입법화되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0년의 무능력을 털어낼 변혁”이라며 “개혁을 성공하면 내 임기 동안 이 문제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마크롱 행정부가 8월 발표한 노동법 개정안은 △노조 협상 시 산별노조 기준에서 개별기업 단위로의 변경 △부당해고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 상한제 △주35시간 노동제 유지 및 추가 근무수당 축소 △근로자 소송 가능시간 단축 등을 담고 있다. 모두 강성 노조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해고권한을 확대하는 등의 노동 유연화 정책이었다.
마크롱은 이후 지지율이 급락한 위기 속에서도 9월22일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는 행정명령으로 통과시키는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한편에서는 엘리제궁에서 노조와의 8시간 마라톤회담 등으로 취임 첫날을 시작하고 100여차례의 노사정회의를 개최하며 끈질기게 노동계를 설득하는 등 ‘소통’의 행보를 잊지 않았다. 노동개혁을 수행할 실무팀도 친노동계 인사로 구성해 그의 정치철학인 화합과 포용이 자리하도록 신경 썼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그의 지지율은 반토막 행진을 지속해야 했다. 취임 초기 60%에 달했던 지지율은 8월께 30%까지 떨어진 뒤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갔다. 프랑스 언론들은 지지율 급락의 원인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 논란 등도 작용했지만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주제인 노동개혁이라는 뇌관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파헤친 데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 문제만큼은 봉합 및 해결 등을 경험한 적이 없는 프랑스 국민들이 노조의 반발로 사회 전반이 다시 시끄러워지자 마크롱에게 대거 등을 돌리는 선택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개혁작업에 ‘올인’했다. 취임 초반부터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입법과제를 밀어붙인 것이다. 노동법 개정안에 반발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총파업이 시작되자 마크롱은 “게으름뱅이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등 스스로 비호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노동개혁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면 여론 회복의 비기도 결국 이의 성공에 있음을 간파한 결과다.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이어지자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프랑스의 현실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도 여론조사 결과 52%가 노동개혁안에 지지를 표명하며 행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제1노조인 민주노동연합(CFDT)과 제3노조 노동자의 힘(FO) 등도 명분이 부족하다며 파업에 불참하면서 노동개혁은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됐다. 신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는 가운데 노동개혁안이 실업률 하락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해석했다. 실제 프랑스 통계청(INSEE)은 애초 1.7%로 잡았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상향 조정했고 출범 초기 10%에 육박했던 실업률도 내년 중순 9.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등 개혁의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이 성과를 보이면서 추가 개혁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25%까지 인하하는 등 세제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이 밖에 연금체계 일원화, 직업 재교육 확대 등 복지·교육구조를 총망라한 사회구조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의 최근 경기회복을 ‘턴어라운드’라고 표현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세제개혁이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경제 전반의 사기가 진작됐다”고 평가했다. 파리정치대학의 파스칼 페리노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에 대해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번 떨어지면 절대 회복되지 않는데 마크롱은 예외”라며 “마크롱 집권 이후 프랑스가 유럽과 국제무대의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민심이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