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장기물 35%로 늘리지만..."금리 역전현상 해소엔 역부족"

정부, 내년 20년이상 발행 확대
단기물 쪽서 수요상환 압력 높을듯

정부가 2018년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초장기물을 35% 수준으로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0bp(1bp=0.01%포인트) 내린 2.087%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3년물의 경우 국내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공개 이후 시장을 ‘비둘기’로 해석한 영향이 반영됐다. 반면 장기물은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10년물과 20년물이 각각 1.6bp, 3.7bp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발행계획이 예정돼 관망세가 짙었다”며 “투자자들이 큰 움직임 없이 대기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국고채 발행계획은 최근 채권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재료 중 하나다. 국고채 장기물 금리 간 역전 현상이 이어져 중장기물 발행이 확대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채 시장에서는 30년물 금리가 20년물 금리보다 낮고 20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가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0년·10년·5년물 금리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이 금리가 높아야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이 30년 만기 국고채를 공격적으로 매수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고착화한 것. 보험사들은 오는 2021년 새 국제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맞추기 위해 장기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장기물 채권 가격도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국채발행계획이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채과는 이날 장 마감 이후 2018년 국고채를 전년 대비 2조7,000억원 늘어난 106조4,000억원 발행한다고 밝혔다. 장기물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장기 재정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장기물 발행 비중을 2017년 30%에서 35%로 늘렸다. 50년물 발행에 대해서는 “보험사·연기금 등의 실수요를 파악하고 경제·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물 비중 확대가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총 발행 증가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만족할 정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20년물 이상이 내년 연간 6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 수요는 보험사 등 장투 기간에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며 “금리 역전 해소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시장 금리는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세제개편안 등의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 연구원은 “내년 1·4~2·4분기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 금리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 세제개편안으로 단기물 쪽에서 수요 상환 압력이 높아 금리 역전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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