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등 무거운 금속원소 만든 ‘중성자별 충돌현상’ 입증…2017년 최고 과학성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0대 과학 혁신성과
호모사피엔스 30만년 전 동부아프리카 활동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오랑우탄 발견
DNA에서 잘못된 염기만 골라 교정
빙하에서 270만년 전 공기 발견 등

중성자별의 충돌을 표현한 그림. /사진제공=Robin Dienel,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중력파와 전자기파로 우주에 있는 금·백금·납·우라늄 등 무거운 금속원소가 생긴 원인인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동시에 관측한 것이 ‘2017년 최고의 연구’로 꼽혔다.

사이언스(Science)는 22일 ‘올해의 혁신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 10개 중 중성자별 충돌 검출을 첫 번째로 발표했다.

라이고(LIGO)·비르고(VIRGO) 중력파 관측단 등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 10월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는 현상을 중력파와 전자기파로 각각 관측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성자별은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남은 잔해다.


중성자별의 충돌을 중력파로 관측한 것이나 중력파로 관측된 천문 현상을 다른 관측 수단으로 확인한 것은 모두 처음이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화석을 발견한 연구 성과도 포함됐다. 이 화석은 약 3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가 남긴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호주 그리피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그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번성했다고 추정했는데 이보다 10만 년 앞서 북부 아프리카에서 살았음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오랑우탄(학명 Pongo tapanuliensis)을 발견한 것도 10대 혁신성과로 선정됐다. 오랑우탄은 두 종뿐이던 학계의 정설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이 오랑우탄은 800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멸종 위험이 있다.

이와 함께 DNA(유전물질)에서 잘못된 염기만 골라 교정하는 기술,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소규모 임상,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흑색종 항암제로 승인받은 약물이 다른 암에도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10대 혁신성과에 들어갔다.

빙하에서 270만년 전의 공기를 발견한 연구와 14.5kg짜리 소형 검출기에서 뉴트리노의 특정 현상(결맞음 탄성 뉴트리노 핵 산란결맞음 상호작용)을 알아낸 연구,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저온현미경 연구 등도 혁신성과로 주목받았다.

한편 올해는 생명과학자들이 논문 초안을 ‘아카이브’에 올리고 트럼프 정부와 미국 과학계가 갈등을 빚었으며 과학계에서 성범죄 폭로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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