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소속 대학생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에 ‘이면 합의’가 존재했다는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의 보고서가 발표된 뒤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합의 무효 없이는 용서 못한다”고 나서는 등 합의 수정을 넘어 전면 파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①전면파기 또는 무효 주장=실제로 위안부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닌 공동선언 형식의 신사협정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TF 또한 위안부합의의 법적 성격을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라고 봤다.
위안부합의를 단순 공동선언으로 볼 경우 우리 정부가 ‘국민의 절대다수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위안부합의는 없던 것으로 한다’고 통보하면 합의는 파기된다. 그러나 한일관계 역시 돌이킬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법상으로도 신사협정 위반 시 ‘당사국은 위반국에 대해 국제법이 허용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처럼 일본이 우리 정부에 보복을 한다 해도 우리는 항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비공개로 처리된 ‘이면 합의’를 들어 위안부합의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도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국제협력규약은 비밀조약을 아예 무효라고 규정했고 유엔헌장에 따르면 유엔에 등록되지 않은 조약을 근거로 다른 나라에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위안부합의는 법적 실체가 없는 불법문서”라고 주장했다.
②국제중재=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교환한 분쟁해결 각서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각서는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했다.
이때 한일 양국은 서로 합의된 중립적인 제3의 국가에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1㎜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일본이 순순히 제3국을 정하는 데 합의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립적’인 제3국을 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중재의 결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③추가 합의=이에 따라 한일 양국이 추가로 외교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한중 간 사드 문제를 봉인한 10·31 합의와 같은 한일 간 추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은 공식 석상에서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언급하지 않고, 한국은 더 이상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식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추가 합의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위안부 TF는 보고서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해 미국이 양국 사이의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원하는 미국이 물 밑에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