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나무로 만든 하회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탈이다. ‘별채탈’이 ‘별차(別差)’라는 벼슬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별신굿 대사 중 ‘문하시중(門下侍中)’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고려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700년을 넘었으니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터. 원래 각시·중·양반·선비·초랭이·이매(하인)·부네(기녀)·백정·할미·총각·별채·떡다리 등이 있었지만 총각과 별채·떡다리가 사라져 지금은 9개만 전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과거 하회탈은 신성한 존재였다. 허 도령이 신의 계시로 다양한 탈을 만들다 사랑하는 여인이 이를 훔쳐보자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전설부터 그렇다. 탈을 만지다가 갑자기 쓰려진 사람의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모든 게 바뀐다. 일제의 민속놀이 중단과 해방 후 별신굿을 지원하던 양반들이 몰락하면서 하회탈과 탈놀이의 위상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하회탈의 섬세함과 풍자·해학의 정신까지 사라질 수는 없다. 1964년 하회탈은 국보로 지정돼 국립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회탈이 지난해 12월 고향인 안동 시립민속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무려 53년 만의 귀향이다. 하지만 아직 시민들과 만나기에는 이르다. 탈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6월 하순이면 일반공개가 가능하다고 하니 경북 지역민과 안동시민의 설렘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고향을 찾은 하회탈의 웃음이 더 짙어지겠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