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못 이기는 정부] ① 신규 가입자 50% 경감에...적자위험 건보 재정 더 악화

<Ⅳ> 최저임금이 가져온 4가지 역설
②싱글맘 상대적 소득 적은데...양육비 지원 등 줄어들어
③'영세 자영업자 퇴출→고용악화' 文정부 철학에 역행
④올 물가목표, 고용영향 고려 안해 '통계의 함정' 빠져



‘싱글맘’들의 교육급여 제외 외에도 최저임금의 역설은 줄을 잇는다. 16.4%(시간당 7,530원) 인상을 못 박아두고 이를 관철하려다 보니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중소업체 지원에 나서게 된 건강보험도 영향권에 들었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는데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다.

①신규 가입자 건보료 50% 경감에 건보재정 악화

건강보험은 재정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4대 보험에 가입하는 영세사업장의 경우 건보 신규 가입자 보험료를 50% 깎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건보는 내년에 1조1,898억원 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한다. 이 때문에 건보는 50%가 아닌 30% 경감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11일 “건보료 50% 경감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며 “일자리안정자금 혜택을 보게 될 근로자 236만명 중 얼마나 건보료 경감을 받을지는 연말에 알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조치가 건보 재원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만 한시적으로 (건보료 경감을) 한다고 했으니 현재로서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또 한다고 하면 그건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②교육비·양육비 등 ‘싱글맘’ 지원은 후퇴

최저임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싱글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에 따른 급여 157만3,000원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상 교육급여를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싱글맘’ 중 2인 가구가 직격탄을 맞는다.


양육비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 소관인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사업은 2인 가구 중위소득 284만9,000원의 52%인 148만1,000원이 기준이다. 교육급여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137만3,000원에서 올해 157만3,000원으로 인상되면서 지난해까지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을 받던 최저임금 노동자는 올해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한부모가정에 지원하던 통신비·가스비 등 비급여성 지급 기준을 기존 중위소득의 52%에서 60%로 상향하는 고시변경을 지난해 말에야 했다. 이마저도 시스템 마련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해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해 상반기 동안 지원을 못 받는 공백기가 생긴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중위소득 기준과 최저임금 인상이 큰 틀에서 함께 논의됐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③文정부 철학과 거꾸로…영세 자영업자만 퇴출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의 퇴출을 불러올 것”이라며 “보수정부도 못한 일을 거꾸로 진보정부가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좀비업체나 낮은 인건비에 의존해 버텨왔던 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게 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방침과 반대의 길을 가게 되는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폐업자 수는 90만9,202명으로 2015년보다 11만9,152명이나 증가했다. 사업 부진에 따른 폐업이 약 39%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 증가는 ‘영세업체 가격경쟁력 약화→이윤 감소 및 폐업→고용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과 1조원 상당의 사회보험료 절감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입장이지만 신청 과정과 향후 문제 소지를 고려하면 월 13만원은 업주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④최저임금, 통계의 함정에 빠진 물가

기획재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1.7%로 내다봤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했지만 지난해의 1.9%보다 되레 0.2%포인트 떨어진다. 최저임금 상승 영향은 0.1%포인트 수준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신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올해 주춤하고 농축수산물의 가격안정 요인이 더 크다. 수치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문제는 없다. 하지만 외식물가는 연초부터 무섭게 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용 영향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물가 추정 시 다른 업체로 비용을 전가해 생기는 연쇄 임금인상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 가족고용으로의 대체와 일자리 축소 가능성도 빠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전망에 고용주의 마진 조정과 고용·일자리 축소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지훈·김영필·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