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 조사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항공기 사고 조사 분야 국제 전문가가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사고 여객기의 왼쪽 날개가 내부 폭발로 파손됐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로 숨진 카친스키 전(前) 대통령의 쌍둥이 형제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끄는 집권 법과 정의당이 수정 발표한 추락 원인은 앞서 조종사 실수와 악천후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던 당시 폴란드 정부 및 러시아 측 조사팀 결론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폭발 지점이 날개와 (동체) 중앙 버팀대 두 군데였다”고 지적하면서 “지상 자작나무와의 충돌은 일차적 날개 파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 같은 결론을 다른 위원들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카친스키 당시 대통령 내외와 정부 고위 인사 등 96명이 탄 투폴례프(Tu)-154M 여객기는 2010년 4월 러시아로 가는 길에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카친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
폴란드 정부 조사위원회는 사고 이듬해인 201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기가 허용치 이하의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빠른 속도로 비행한 것이 주요한 추락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관제사가 여객기가 정상 항로를 벗어난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고 있음을 조종사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스몰렌스크 공항 측이 기상 관측을 제대로 못 해 안개가 낄 것이란 기상 정보를 조종사에게 사전에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도 사고 원인이 됐다며 러시아 측 실수를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발표한 자체 보고서에서 조종사들의 경험 부족과 사고기에 탑승한 폴란드 고위 인사들의 압박에서 비롯된 무리한 착륙 강행이 추락 원인이라며 폴란드 측의 잘못을 거론했었다.
하지만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끈 법과 정의당은 당시 폴란드 정부와 러시아 측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며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갈등을 겪던 러시아와 자국 내 반대파의 음모로 여객기가 추락했다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는 폴란드 정부의 재조사 결과를 즉각 반박했다. 중대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11일 “위원회도 (사고 직후 조사에서) 최우선 가설로 폭발설을 확인했었지만 아무런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는 “여객기 사고 원인을 폭발로 규정한 폴란드 정부 조사단은 러시아-폴란드 관계 악화를 노린 정치적 주문을 이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