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물’→‘올레’→‘비밥바룰라’...노인영화도 유쾌할 수 있다

74세부터 83세까지 평균연령 77세 원로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비밥바룰라’가 노년 배우 중심의 유쾌한 코미디로 새해 따뜻한 국민극을 지향하고 있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비밥바룰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아버지들이 가슴 속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리얼 욜로 라이프를 그린 휴먼 코미디.

‘스물’이 20대, ‘올레’가 40대 남자들간의 우정을 그렸다면 ‘비밥바룰라’는 70대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 ‘비밥바룰라’는 노인들의 고민과 삶, 우정을 유쾌한 힐링극으로 그린다.

‘노인’과 ‘죽음’은 애석하게도 결코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껏 많은 노인영화가 ‘죽음’과 직결된 이야기로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비밥바룰라’는 종전의 공식에서 탈피해 노인도 얼마든지 유쾌할 수 있고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를 ‘스물’, ‘올레’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게 된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인생을 즐기는 ‘욜로’에는 제한이 없다. 때론 바보 같고, 때론 서럽기도 하고, 좌충우돌하기도 하며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같은 이치이니.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비밥바룰라’ 주인공들 역시 여느 노인들과 다를 바 없는 아픔이 있다. 영환(박인환)은 몸의 이상을 느끼고, 순호(신구)는 치매 아내를 보살펴야 하는 책임이 있고, 현식(임현식)은 여태껏 진한 사랑 한 번 못했으며, 덕기(윤덕용)는 어려운 형편에 허덕이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련에 초탈한 자세로 고민을 나누고 해결 과정을 찾아갈 줄 안다. 네 명의 ‘시니어벤져스’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어진다. 노년의 네 친구가 비로소 함께함으로써 인생의 사소한 일부터 중차대한 일까지 해결 가능해진다.

‘비밥바룰라’는 우리 주위에서 누구든 접할 법한 일상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푼다. 그래서 접근과 공감이 쉬울 수 있지만, 줄곧 평면적인 한계가 있다. 이 가운데 영화에서 관객들이 취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평소 그다지 들여다볼 일 없던 노인들의 보다 솔직한 생각과 삶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인생을 큰 틀에서 바라보는 여유, 노하우를 알게 모르게 배운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의 안정적인 케미는 이들의 수 십 년 연기 내공으로 나타난다. 임현식의 감초 역할 경력이 잘 빛을 발한다. 김인권, 성병숙, 이은우 등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따스하고 정감 간다. 참 착한 영화다.

이성재 감독이 “‘노인이니까’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노인이지만’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노인이지만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으로 젊은 분들도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듯 이 영화도 ‘노인’ 출연진에 한정해 바라볼 게 아니라 신선한 장르로써 바라보면 더 큰 감흥이 있겠다.

드라마든 영화든, 배우가 노년이 될수록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 등 ‘주변인’으로 롤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비밥바룰라’는 그들이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의 시작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4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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