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돈도 시간도 없어요"...스튜핏 투자철학이 노후를 망친다

[N포세대, 투기의 함정서 벗어나라]
<하>투자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일반인 'ETF 분할매수' 잘 모르고
증권 계좌개설·펀드가입 애먹어
존 리 대표, 투자자 교육 투어 준비
'주식은 투기' 인식 강했던 일본
언론 집중기획으로 개인들 유치
모바일 자산관리 '재미'까지 줘야

지난해 가계금융자산에서 주식은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투기의 함정에서 벗어나 건강한 노후설계를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NH투자증권의 광고는 일상에 치여 저축조차 어려운 청년층도 투자가 가능하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사진제공=NH투자증권
#“투자요? 아저씨. 저 알바예요. 물건채워 카드받아 현금꺼내 전화받아 택배받아 재고받아 재촉받아…피곤한 몸 이끌고 집에 들어갔더니 회사 취직 안 하냐고 엄마한테 구박받아 이런 나더러 투자를 하라고요?” 지난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았던 국내 한 증권사 광고 내용이다. 이 광고는 다시 회사원 이야기로 이어진다. “투자요? 아저씨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투자예요?… 낮에 은행 갈 시간이 있을 것 같아요? 퇴근시간이 퇴근시간이 아냐 안 끝나. 죽어야 끝나 ‘일이’. 집에 들어오면 숨이 막혀서 맥주 한 캔 먹으면 뻗어 끝. 돈 벌어도 투자할 시간이 없으니깐 통장이 늘 텅텅텅 텅장이야. 이런 날 보고 투자하라고요?”

대한민국 2030세대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 은행 갈 시간도 없다는 일반인들에게 재무제표를 익히고 좋은 투자상품을 공부해서 ‘투기’하지 말고 ‘투자’하라는 말은 가혹하다. 증권방송과 공중파 라디오에 출연하며 투자 멘토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곽상준 신한금투 영업부 부지점장은 “투자와 관련된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작가나 PB, 기자들에게도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다”며 “투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대중매체에 출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부지점장은 “예를 들면 일반인 중에 ‘ETF를 분할 매수’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알기 쉬운 금융투자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투자할 시간과 여력도 없는 2030세대에 보다 쉽게 재밌는 투자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치투자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수년간 신문 기고와 방송을 통해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아예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전국 버스투어를 시작해 전국 방방곡곡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의 방법과 중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존 리 대표는 “노후 준비를 위해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증권계좌조차 열기 어려운 현실을 알았다”며 “투자 이전에 증권계좌 개설방법, 펀드 가입방법부터 전국 어디든 찾아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에 대한 집착도 잘못된 투자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존 리 대표는 “글로벌 펀드는 종목의 회전율, 매니저의 잦은 교체 등이 펀드평가사로부터 받는 평가 요소라는 점에서 수익률보다 더욱 신경을 쓴다”며 “우리는 펀드평가 자체가 단기수익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하루 수익률에 매달리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덧붙였다. 결국 투자 전에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농어촌은 물론 해변가, 스키장, 시골 마을회관까지 교육 수요가 있는 곳은 마다하지 않고 가겠다는 계획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의 주식투자 회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식은 투기라는 인식으로 저축에만 매달렸던 일본인들의 노후계획은 저금리 시대를 맞으며 무너지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부자일지 모르지만 개인은 가난하다는 ‘인간증발’의 저자 레나 모제의 말처럼 일본인들은 노후에 대한 위기의식에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국제조사역은 “우리보다 더욱 지독하게 ‘주식은 투기’라는 인식이 강했던 일본의 변화는 언론과 금융투자 업계의 노력이 이뤄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 조사역은 “수년간 일본 경제지들이 금융상품 소개란을 통해 기초적인 상품 설명과 가입요령을 반복 게재했다”며 “증권계좌 개설방법,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펀드의 종류 등 기초 중의 기초적인 정보제공이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지의 무거움을 털고 기초적인 금융지식조차 쉽고 재밌게 반복 설명하는 연중 기획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일본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 규모는 전년 대비 40%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못지않게 투자의 ‘재미’가 필요하다. 손실을 본 후 실망하며 시장을 떠난 투자자는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투자란 재미있고 쉬운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인성 NH투자증권 디지털본부장은 “금융투자업 전체의 고객은 500만명에 그친다”며 “500만명을 두고 서로 고객 쟁탈을 하기보다 500만명의 바깥에 있는 고객, 특히 젊은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통해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증권거래 플랫폼인 ‘나무’를 통해 ‘디지털 자산관리’의 타깃 고객 연령대 자체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커피·택시·외식·흡연 등 17가지에서 소비활동을 참을 때마다 일정 금액이 모이는 모바일 서비스 ‘나무씨(NAMUH C)’도 내놓았다. 안 본부장은 “소비습관을 길러 모은 돈은 불리기 기능을 통해 투자로 연결할 수 있다”며 “목돈이 없고 이해가 부족해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ETF 등 세 가지 투자 방법을 금액별로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주식거래 수수료 평생 무료 시도를 주도했던 안 본부장은 “모바일을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층이 쉽고 재미있게 투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수수료 이벤트 결과 NH투자증권은 6만1,000여명의 고객을 새롭게 유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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