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은 보습제를 자주 발라주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조절될 수 있다. /사진제공=상계백병원
연간 진료인원이 110만명에 이르는 아토피피부염과 건선. 악화와 호전·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춥고 건조한 겨울은 노출의 계절 여름과 함께 가장 두려운 계절일 수 있다. 보일러·난방기구 사용 증가로 가뜩이나 가려운 피부는 더욱 건조하고 민감해져 손이 가게 마련이다. 머리 피부에 건선이 있다면 무채색 옷 위로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져 마음까지 더욱 움츠러든다. ◇스트레스 많은 산모 자녀 아토피 위험 1.85배=아토피피부염은 피부장벽 기능이나 면역체계 이상, 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다. 심한 가려움증, 건조하고 윤기 없는 피부가 특징이다. 연간 진료인원은 93만명에 이르고 4세 이하가 3분의1, 9세 이하가 절반가량 된다. 70~80%는 가족력이 있다.
아토피는 태열과 달리 생후 2개월 이후부터 생긴다. 얼굴·목·몸통과 팔다리 부위 등에 가려움을 동반한 좁쌀알 같은 홍반이 생기면 의심해봐야 한다. 2~10세 어린이는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등 굽힘 부위와 엉덩이·손목·발목 등에 잘 생긴다. 감기에 걸려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산모의 우울과 스트레스는 자녀의 아토피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국립보건연구원과 육아정책연구소의 장기추적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울·불안하거나 스트레스가 높은 산모가 낳은 자녀에게 아토피가 발생할 위험은 건강한 산모 자녀의 1.4배, 1.85배나 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토피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피부·혈액·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멜라토닌이 감소해 수면장애·뇌신경장애가 생겼다. 멜라토닌을 아토피 생쥐에게 투여하자 아토피 증상과 뇌신경장애가 억제되고 집중력도 향상됐다. 반면 생쥐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투여하자 아토피가 악화됐다.
증상이 악화하면 스테로이드연고·항히스타민제·면역조절제 등을 빨리 적절하게 사용해 염증·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게 좋다. 정확한 진단과 병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하다.
목욕은 매일 미지근한 물로 10~20분 하거나 샤워 위주로 한다. 절대 때를 밀지 말고 비누는 2~3일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보습제는 목욕이나 샤워 후 3분 안에, 그리고 중간중간 최소 2번 이상 발라주는 게 좋다. 면이 들어간 옷을 입고 손발톱은 짧게 관리해 긁는 행위로 피부가 손상을 받지 않도록 한다.
김효빈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토피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결막염 등을 함께 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혜림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실내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집먼지진드기·애완동물 등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각종 유발인자를 멀리하는 게 좋다”며 “악화할 경우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팔꿈치·목 뒷부분에 생긴 건선. /사진제공=상계백병원
◇건선, 20대 전후에 발생해 10~20년간 지속=건선은 피부에 울긋불긋한 피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에 은백색 비늘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팔꿈치·무릎·정강이·엉덩이·머리 피부 등에 잘 생긴다. 손톱·발톱이 움푹 파이는 등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방치하면 온몸으로 번져나가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통증이 동반된다. 20대 전후에 처음 발생해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10~20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 10명 중 6명은 30세 이상 중장년층이다. 건선은 대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발생한다. 피부 면역세포(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해 각질 세포의 과다 증식과 염증을 일으키는 게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관절염 등 전신에 걸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건조한 날씨와 스트레스·음주·흡연·비만·감염은 건선의 악화요인이다.
두피에 건선이나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면 비듬처럼 각질이 떨어져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두피에 습진의 일종인 지루성 피부염이 발생하면 건선과 마찬가지로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다. 손발톱이나 손·발바닥에 생기는 건선은 무좀과 증상이 비슷하다.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게 좋다.건선은 조기에 발견해 연고·약·광선치료 등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상당히 완화된다. 최근에는 과도한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항체치료제도 사용된다. 일반적인 피부관리는 아토피피부염과 비슷하다. 가렵다고 건선 피부를 긁거나 건선 껍질을 손이나 때수건으로 문질러 벗겨 내는 것은 금물이다. 계영철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증상이 완화됐다고 건선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보습에 신경 쓰는 등 꾸준한 관리·치료를 통해 증상 발현과 정도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