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30일 상표권 사용료 수취내역을 매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은 올해부터 매년 5월31일 연 1회 사용료는 얼마인지, 어떻게 계산하는지 등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공시실태와 수취현황을 매년 공개하고 사익편취 혐의가 뚜렷한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2016년 기준 가장 많은 상표권 사용료를 주고받은 대기업집단은 LG로 2,458억원이었으며 SK(2,035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어 CJ(828억원), 한화(807억원), GS(681억원) 순이었다.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사 수는 SK가 58개로 가장 많았고 CJ(32개), GS(25개), LG(19개), 한화·코오롱(18개), 한솔(15개) 등이 뒤를 이었다. 사용료는 대부분 매출액이나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뺀 금액에 일정한 사용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20개 회사 중 13개(65%)는 총수일가 지분율(상장 30% 이상, 비상장 20% 이상)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또 CJ는 상표권 사용료가 매출액의 66.6%에 달했고 한솔홀딩스(53.0%),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53.0%) 등도 절반을 웃돌았다. 사용료가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오롱이 285.3%로 가장 높았으며 CJ(145.3%),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107.0%) 등이 100% 이상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가 사용료를 많이 거둔 만큼 총수 개인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보니 상표권 사용료가 사실상 사익편취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277개 회사 중 67.1%인 186개사가 수취액을 공개하지 않았고 사용료 산정방식까지 자세히 공시한 곳은 33개사(11.9%)에 불과한 점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사용료 상세내역 공시가 의무화되면 과도한 사용료를 걷어온 지주(대표)사의 경우 계열사 주주 등으로부터 합당한 근거 제시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공시 의무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사용료 수준이 정상화할 것으로 공정위는 내다봤다. 다만 기업들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책정한 사용료를 외부에서 평가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내비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용료를 정하는 것도 경영활동의 하나인데 다른 회사나 여론의 눈치를 보게 됐다”며 “곳곳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세종=임진혁·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