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통상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상무부에 “포스코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대제철은 서면을 통해 “보조금을 받은 포스코가 제품을 싼 가격에 팔았다는 상무부 판단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상무부는 2016년 포스코산 열연강판에 대한 조사 끝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될 때나 매기는 상계관세(57%)를 물린 바 있다.
현대제철이 경쟁사인 포스코의 결백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포스코산 열연강판을 꼬투리로 한국산 철강재 전체를 싸잡아 문제 삼고 있어서다. 미국은 정부 보조금을 받은 열연강판이 싼값에 팔리면서 한국 철강 시장 전체가 오염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통상법조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판결을 뜯어보면 미국은 포스코의 답변이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고율의 상계관세를 자의적으로 부과했다”며 “포스코가 실제 정부 보조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실제 받은 것처럼 단정 짓고 다른 철강재까지 문제 삼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에서 튄 불똥이 한국 철강 제품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가운데 현대제철 내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이달 초 포스코 제품을 썼다는 이유로 현대제철의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6%에서 19%로 세 배나 높이는 비정상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포스코의 무고를 증명해야 좁아져만 가는 대미 수출길을 틔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은 당분간 국내 최대 경쟁사인 포스코와 한배를 타고 미국발 통상제재를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제재를 막을 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열연강판에 대한 판정을 바로잡기 위해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준비를 끝내놓고도 미국의 전방위적 반격 우려 탓에 손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살길을 찾아야 하다 보니 생긴 촌극”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