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1월보다 0.8%포인트 떨어진 70.4%로 연중 최저치였다. 지난해 평균 가동률도 덩달아 떨어져 지난 1998년(67.6%) 이후 가장 낮은 71.9%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70% 중후반을 유지했고 2010~2011년에는 2년 연속 8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12년부터 완연한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꾸준히 가동률이 떨어졌고 이제는 70% 선도 무너질 위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산업 경쟁력이 한순간에 나아지기 어려운 만큼 가동률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조업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고용시장 경직성 강화 같은 이슈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뿌리산업들은 인건비 상승에 속속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천의 한 주물업체 대표는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간신히 외국인노동자들로 공장을 돌리는데 이제는 공장을 계속 돌려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어려움은 그대로 체감지표에 드러난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BSI는 78로 한 달 새 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꺾이면서 장기평균(80)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모두 나빠졌다.
지난해 12월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더라도 전산업 생산과 투자가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소비는 큰 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무려 4.0%나 줄어들었는데 2011년 2월(-4.1%)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추위가 빨리 오면서 11월 겨울의류 등을 미리 산 탓에 기저 효과도 있었지만 내수시장이 여전히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제조현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성장보다는 근로자 복지만 챙기는 것 같다”며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반도체 등 특정업종 쏠림현상이 뚜렷해지고 내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고 내수시장을 살릴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