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가동률 환란 후 최저...커지는 위기론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작년 12월 가동률 70.4%로↓
소매판매도 무려 4%나 줄어
성장률 3%대 진입했지만
반도체 등 일부업종만 호황
산업 전반 침체 못 벗어나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환란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3년 만에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등 일부 업종만 호황을 누렸을 뿐 산업 전반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소비도 급감하며 내수시장 회복도 더뎠다. 물론 조선·자동차 등의 영향이 컸겠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진다는 전망도 한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1월보다 0.8%포인트 떨어진 70.4%로 연중 최저치였다. 지난해 평균 가동률도 덩달아 떨어져 지난 1998년(67.6%) 이후 가장 낮은 71.9%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70% 중후반을 유지했고 2010~2011년에는 2년 연속 8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12년부터 완연한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꾸준히 가동률이 떨어졌고 이제는 70% 선도 무너질 위기다.
3년 만에 3.1%의 성장을 이루고 수출도 호조를 이뤘음에도 가동률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는 심화 되는 산업 양극화 탓이다. 반도체와 화학 등 일부 업종은 밤낮없이 공장을 돌릴 정도로 호조를 누린 반면 자동차나 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들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산을 멈추거나 공장을 놀리고 있다. 실제 산업생산은 서비스업과 건설업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광공업 생산은 0.6% 증가에 그치며 2016년 증가율(1.0%)보다 후퇴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자동차와 금속가공제품·해양플랜트·기타운송장비 등 장치 산업 생산 부진 여파로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산업 경쟁력이 한순간에 나아지기 어려운 만큼 가동률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조업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고용시장 경직성 강화 같은 이슈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뿌리산업들은 인건비 상승에 속속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천의 한 주물업체 대표는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간신히 외국인노동자들로 공장을 돌리는데 이제는 공장을 계속 돌려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어려움은 그대로 체감지표에 드러난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BSI는 78로 한 달 새 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꺾이면서 장기평균(80)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모두 나빠졌다.


결국 이 같은 양극화 심화는 새 정부가 애타게 바라는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주력산업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은 제조업 중에서도 고용창출 효과가 적은 축에 속한다. 반면 침체를 겪고 있는 자동차나 조선, 일반 중소기업 등은 성장의 계기를 찾지 못한 채 경영난으로 투자를 줄이고 결국 사람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내수 침체에도 영향을 줘 전반적인 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더라도 전산업 생산과 투자가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소비는 큰 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무려 4.0%나 줄어들었는데 2011년 2월(-4.1%)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추위가 빨리 오면서 11월 겨울의류 등을 미리 산 탓에 기저 효과도 있었지만 내수시장이 여전히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제조현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성장보다는 근로자 복지만 챙기는 것 같다”며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반도체 등 특정업종 쏠림현상이 뚜렷해지고 내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고 내수시장을 살릴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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