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며 내정간섭성 발언을 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했다.
두 정상 간 설전이 벌어진 것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였다. 아베 총리는 회담 중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일이나 한미일은 한미와 달리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일본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우리 측에 사전 양해 없이 정상회담에서 일방적으로 한미 군사훈련 실시 여부 등을 거론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이해된다.
우리 정부 주도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완화 국면이 조성되자 일본이 민감한 이슈인 한미 군사훈련 문제를 지렛대 삼아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게 해 한미공조의 균열을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동맹으로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한미연합사령부는 키리졸브연습 및 독수리훈련을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에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3월 말이나 4월 중반께 해당 훈련들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미연합사는 아직 구체적인 훈련 실시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모처럼 마련된 남북 간 긴장 완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대외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훈련들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