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승조가 ‘돈꽃’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2005년 뮤지컬 ‘청혼’을 시작으로 ‘미스 사이공’ ‘쓰릴미’ ‘블랙메리포핀스’ ‘마마 돈 크라이’ ‘퍼즐’ ‘블러드 브라더스’ ‘구텐버그’ ‘더 데빌’ 등에서 꾸준히 활약을 해왔지만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것은 최근의 일.

뮤지컬과 연극을 종횡무진하며 연기 내공을 쌓은 그는 2014년 ‘신의 퀴즈 시즌4’로 브라운관에 도전했다. 이후 ‘라이어 게임’ ‘화정’ ‘당신을 주문합니다’ ‘밤을 걷는 선비’ 등에 출연했으며 SBS ‘내 사위의 여자’, MBC ‘훈장 오순남’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점차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돈꽃’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최근 장승조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MBC 주말드라마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장승조는 극 중 장국환(이순재 분)의 손자로서 강필주(장혁 분)과 경쟁부터 협력까지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는 장부천 역을 맡았다.

‘돈꽃’은 주말극임에도 흡인력 있는 전개와 섬세한 연출로 미드와도 같다는 평을 들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첫 회 10%대였던 시청률은 마지막 회에서 23.9%까지 뛰었다. 장승조는 초반 능력 없지만 미워할 순 없는 재벌 3세에서 후반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처절해지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덕분에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주말극 우수연기상까지 받았다.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예상은 했나.

예상을 못했다. 아내에게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후보에 오르신 분들을 보면서 제가 예상한 후보가 따로 있기도 했다. 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올라갔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부모님 이야기도 못할 뻔 했다. 우수상, 최우수상은 MBC PD의 투표로 뽑은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또 처음 받은 상이다.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안 믿긴다. 다 ‘돈꽃’ 덕분이다.

-아내(뮤지컬배우 린아)가 ‘내조의 여왕’으로 소문났다. ‘돈꽃’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아내는 같이 웃고 같이 울어줬다. 제가 드라마 안에서 장난치면 같이 깔깔거렸다. 항상 모니터해주고 상 받았을 때는 간식차도 보내주는 것을 보면서 정말 고마웠다. 저와 함께 호흡해준 것 같다. 임신 소식을 처음에는 안 믿었는데 알고 나서도 계속 촬영해야 해서 미안했다. 이제 아내에게 헌신하고 집중할 거다.

-외모는 물론이고 연기력을 칭찬하는 반응도 많다. 호평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기분은 좋다. 하지만 저는 ‘돈꽃’ 본방을 마음 편하게 본 적이 없다. 이미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하면서 본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서 으스대는 게 아니라 그만큼 실망하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석한 것과 시청자분들이 해석한 것이 다르지 않을까 긴장을 한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보여드릴 ‘돈꽃’이 없으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기는 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격정멜로를 해보고 싶다. 예전에는 스릴러나 이중적인 인물을 생각했는데 그러기에는 지금 제가 너무 피폐해졌다. 야하고 베드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정서적으로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격정멜로를 하고 싶다. 아내에게는 이미 허락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멜로를 원하나. 혹시 상대역으로 바라는 배우가 있나.

‘미스티’ 타이틀이 격정멜로 스릴러더라. 저 멜로는 어떤 멜로일까 궁금했다. 본방송은 아직 못 보고 스페셜 방송을 봤는데 굉장히 궁금했다. 이미숙 선배님께 그런 멜로를 할 수 있고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이미숙 선배님도 ‘승조야, 내가 작가한테 얘기했어. 너도 푸시해’라고 하시더라. 선배님과 붙기 위해서는 더 성장해야 한다.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겠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성격은 긍정적인 편이다.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가짐이 어떠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많다. 웬만하면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큰일이 아니면 인상도 잘 안 쓴다. 옛날에 일을 서툴게 할 때는 인상을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한다. 물론 아닐 때는 할 말은 한다.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가.

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을 만나서 해석한 그대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저는 자신 있는 게 하나 있다. 끈기다. 맞다 싶은 것은 절대 놓지 않고 해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결과들이 좋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리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어떤 결과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런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