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인 슈퍼개미라고 불리는 유준호(왼쪽) 텍셀네트컴 대표가 지난 2013년 세종저축은행 대표시절 천안에서 김치나누기 행사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저축은행
유준원 텍셀네트컴 대표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슈퍼개미로 알려진 유 대표는 경영 목적으로 네트워크 회사인 텍셀네트컴을 인수한 후 세종저축은행·공평저축은행 등 계열 금융회사로 몸집을 키웠다. 특히 저축은행을 통해 기업에 주식담보대출을 한 뒤 반대매매로 차익을 거두며 코스닥 하이에나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이오·제약·게임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한 유 대표의 증권사 인수는 본격적인 종합금융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001290)은 최대주주 골든브릿지가 보유한 회사 지분 2,121만382주 전량을 텍셀네트컴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 19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골든브릿지가 보유한 골든브릿지증권 지분은 41.84%이며 매각금액은 420억원 규모다.
유 대표가 증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5세인 2009년이다. 코스닥 상장사로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텍셀네트컴과 현대차 부품 납품사인 씨티엘의 경영권을 약 200억원에 인수하면서부터다. 김춘수 전 텍셀네트컴 대표의 사위인 그는 1974년생으로 연세대 법대를 나오고 데모라인 이사를 거쳐 멀티비츠미디어와 리피씨엔아이의 대표를 지냈다.
텍셀네트컴의 경영을 맡은 후에는 금융회사 네트워크 솔루션을 본업으로 하되 일종의 지주사 개념으로 다른 사업체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선박부품사인 한중선박기계와 세종저축은행·공평저축은행, 주식담보대출을 하는 샤인스탁 등 서로 연결고리가 적은 회사를 잇따라 사들였다. 특히 이들 저축은행은 대전·충남을 기반으로 하고 개인보다는 코스닥 상장사를 주 고객으로 하며 그전까지 명동 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기업 고객을 싹쓸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대주주에게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뒤 주가가 일정 정도 이하로 빠지면 매각하는 방법을 펴왔다”면서 “그전까지 사채업자는 주식담보대출 후 일정 조건 없이 곧바로 매각해 기업 대주주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세종과 공평 저축은행은 사채업자보다 이자는 더 많이 받았지만 일정 조건에 해당하면 사전 고지 후 매각하면서 그나마 불만을 잠재웠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다양한 기업을 직접 경영하거나 투자하면서도 자신의 사진조차 언론에 내지 않을 정도로 외부 노출을 꺼리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7년에는 이례적으로 텍셀네트컴의 투자자 설명회에 나타나 직접 경영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저축은행 사업에 대해 변동성이 심하다며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만 자신은 자기자본 이익률이 8% 이상으로 경쟁 금융회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에 인수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경영 악화로 인해 지점이 없고 인력 구조조정까지 마친 상황이어서 유 대표는 인수 후 6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