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한탄강 밥상 소개…피라미·고추냉이·되탕·갓냉이



8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길들여지지 않은 강 - 용암이 빚은 협곡 한탄강 밥상’ 편이 전파를 탄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겨울 얼음 속 비경을 품고 있는 국내 유일의 화산강. 눈 속에서 캐낸 갓냉이와 얼음 속 민물고기로 차려낸 얼음 위 만찬. 용암이 빚어낸 한탄강 절경 속에서 생명의 밥상을 만나다.

▲ 한탄강과 함께 살아 온 민통선 마을 - 철원 도창리 마을 밥상

얼음을 깨고 배 한 척이 한탄강으로 나선다. 얼음 밑에서 그물을 끌어 올려 붕어며 모래무지, 피라미를 잡아내는 어부 유완식씨와 도창리 주민 진건호 씨. 도창리 주민 진건호씨는 오랜만에 마을 사람들과 한탄강 고기로 만찬을 함께 할 참이다. 한국 전쟁 이후 황폐해진 땅을 주민들이 직접 일궈 생명의 땅으로 개간한 철원 도창리. 도창리는 전쟁이 끝난 후 민통선 내 지역이라 출입이 쉽지 않았던 마을 중 하나였다. 1970년대 민통선 마을에서 해제되기전 까지, 군용차를 타고 시집을 오고, 저녁마다 점호를 받았을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돈독한 정도 더 깊어졌단다.

오랜만에 겨울 민물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소식에 도창리 허문여씨네 앞마당은 불을 때는 손길로 분주하다. 진건호씨가 얻어 온 피라미는 지푸라기를 엮어 장대에 매달아 말린 뒤 장작불에 구워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는데~ 오랜만에 마을 사람들이 모인 만큼 아주머니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논밭을 개간하던 시기 자주 먹었던 밀랍조차떡을 만들기 위해 차조를 삶고, 밀랍도 준비한다. 추운 날씨 때문에 음식이 금방 얼고 굳었던 도창리에서는 차조를 찧어 떡을 만든 후 떡에 밀랍을 녹여 발라 굳는 것을 방지한 조차떡이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 음식이었다는데~ 녹두묵을 쑤어 동치미 국물 한 사발에 뜨끈한 밀랍 조차떡을 함께 낸다. 시대는 변했어도 아직까지 마을의 화합을 중시한다는 도창리에서 마음만큼 풍요로운 밥상을 만난다.

▲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수, ‘샘통’의 선물 - 철원 샘통 고추냉이 밥상

민통선 안 철원 내포리 샘통. 철새가 많아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이곳에는 특별한 물이 있다. 끊임없이 용천 하며 솟아 나오는 샘통이라는 샘이 그것! 사시사철 물의 온도가 13~15도로 유지되는 신기한 샘이란다. 옛날에는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던 샘통물이 지금은 육지에서 유일하게 고추냉이 재배를 가능케 만들었다. 화산지대에서 솟아 나오는 샘통 물은 고추냉이 생육에 적합한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데. 이 덕에 샘통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고추냉이 수경재배가 가능한 곳이 됐다.


고추냉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할뿐더러 고추냉이 하면 와사비의 맛이 떠오르지만 샘통 고추냉이는 시중의 고추냉이와는 그 맛이 다르다. 첫맛은 코가 뻥 뚫릴 정도로 톡 쏘지만, 끝 맛은 깔끔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육류와 어패류에 잘 어울린다. 또, 고추냉이는 뿌리부터 꽃대까지 버릴 것이 하나 없다. 고추냉이 뿌리는 강판에 갈아 육고기에 재우면 육질이 더 연해지고 기름진 맛도 잡아준다. 또, 샘통에서 고추냉이를 6년째 재배하고 있는 석통씨가 가장 좋아한다는 고추냉이꽃은 간장을 넣고 절여 장아찌로 담가 먹으면 색다른 맛까지 느낄 수 있다는데~ 청정자연 샘통에서 고추냉이와 행복한 동고동락을 하고 있는 샘통 농민들의 고추냉이 밥상을 만나본다.

▲ 긴 겨울과 얼음이 만들어 맛과 멋, 언무구이와 빙구 - 철원평야를 품은 오덕리 밥상

드넓은 철원평야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철원 오덕리. 오덕리는 옛날부터 땅이 좋아 장작불에 이밥 먹던 동네로 유명하다고 한다. 놀이 문화도 발달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답게 겨울이면 온 세상이 꽁꽁 얼어버리는 탓에 아이들은 언 한탄강에서 긴 작대기와 솔방울을 가지고 빙구를 즐겼다. 요즘 스포츠로 보면 아이스하키와 비슷하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 한탄강 트래킹을 하고 나면 내기 빙구를 한 판 하는 게 오덕리 남자들의 큰 즐거움이었단다. 빙구에서 진 오덕리 주민 박명선씨는 친구들에게 되탕을 대접한다.

돼지등뼈를 넣고 끓이다 비지가 아닌 콩국물을 넣는 오덕리만의 되탕은 겨울철 추위를 가시게 하는 몸보신 음식이다. 마을 주민 향순씨는 되탕을 끓이다 말고 진정한 겨울 진미를 보여주겠다며 땅속에 파묻은 장독대 안에서 무 하나를 꺼내온다. 꽁꽁 언 이 무는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동치미 무이다. 얼고 녹음을 반복한 이 동치미 무는 반으로 자르면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구멍 사이에 있는 얼음을 방망이로 두들겨 빼낸 후, 양념을 해 석쇠에 구우면 그 맛이 꼭 불고기 같단다. 여기에 지난겨울 김장한 묵은지로 만든 김치밥까지 곁들여지면 기나긴 겨울도 끄떡없다고 말한다. 오덕리 사람들의 긴 겨울, 그 끝자락을 만난다.

▲ 눈 속의 진미, 맛의 방주에 등재된 갓냉이 - 철원 동막리 20년 지기 밥상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은 깊은 산, 조용한 그곳에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산의 생명이 깨어나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운자씨와 이웃 천순씨가 산에 오른 것은 갓냉이를 찾기 위해서다. 2017 맛의 방주에 등재된 갓냉이는 철원의 토산품으로 산갓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봄이 오기 전 눈 속에서 제일 먼저 깨어나 고개를 내미는 나물이다. 갓냉이는 이름처럼 갓의 맛이 있어 한 번 중독되면 계속 찾게 된다는데~ 바로 이 갓냉이로 물김치를 담그기 위해 산에 올랐다. 얼음이 둘러싼 산을 헤맨 끝에 흰 눈 속에서 갓냉이를 채취한 운자씨는 작은 잎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들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운자씨를 기다리고 있는 건 20년 지기 친구들 정미씨와 학분씨. 젊은 시절, 갈말읍 주부농가모임에서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인 김에 서로가 잘하는 음식으로 실력발휘를 한다. 운자씨가 채취해 온 갓냉이에 무와 파를 손질해 함께 물김치를 담그면 시원한 맛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단다. 이 물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갓냉이 맛이 들어 색도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톡 쏘는 맛이 강해진다고! 운자씨와 정미씨가 갓냉이 물김치를 담그는 동안 학분씨는 마당에서 분주히 붕어를 손질한다. 한탄강 붕어는 다른 강의 붕어와 생김새도 다르다는데~ 젊어서부터 한탄강 붕어를 맛본 학분씨는 서리태를 넣은 붕어찜을 가장 좋아한단다. 붕어 뱃속에 서리태를 함께 넣어 찌면 억센 붕어의 뼈가 연해져 먹기가 좋다는데~ 알아온 세월만큼 앞으로도 더 알아갈 것이 많다는 동막리 친구들. 한탄강과 함께 살아온 그들의 세월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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