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000톤급 크루즈선 아마데아호/타스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지난해 일본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크루즈선이나 고액의 ‘호화판’ 여행상품 판매가 대폭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야마하사의 크루즈 보트 ‘EXULT36’ 모델은 지난해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3배 늘었으며 올해 말까지 예약이 밀려 있다. 회사 관계자는 “크루즈 시장 분위기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전했다. 8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보트쇼에서는 한 척에 1억4,000만엔(14억359만원)이 넘는 크루즈선이 하루에만 4척이 팔렸을 정도다.
고급 레저도 호황을 맞았다. 한 여행사가 내놓은 408만엔(성인 1인 기준)짜리 남극 크루즈 투어는 티켓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지난해에 한 대당 2,000만엔을 호가하는 스포츠카 판매가 전년 대비 7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내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전년 대비 8.7%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에서 고가의 레저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은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자산시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전까지 정체돼 있던 초고가품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도쿄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가 지난해 가을 2만2,000대를 기록하며 약 2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후라고 분석했다. 이후 올 1월 2만4,000선까지 돌파한 주가지수가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10%가량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구매 수요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조 정권이 세수 확보를 위해 내년 10월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예정이라는 점도 자산가들의 고가 상품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금 부담이 커지기 전에 고가 상품에 대한 소비를 앞당기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호황은 소비세율 인상 후 ‘소비절벽’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다.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신차 판매량은 올해 정점을 찍은 후 내년 4.1% 감소하고 2019~2022년 연평균 2.5% 감소할 것”이라며 “소비세 인상으로 수요가 약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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