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86%(9만 6,000원) 오른 258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국채 금리 인상 쇼크에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주가가 지난 2월 초 220만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1월29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기준 250만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IT주를 대표하는 SK하이닉스도 이날 6.01%(5,100원) 오른 9만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인 9만원은 이날 SK하이닉스의 장중 최고가로 지난해 10월1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9만300원을 곧 넘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인플레이션 쇼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관세에 따른 무역전쟁 우려가 시장을 덮쳤지만 IT주는 빠른 회복을 넘어 추가 상승세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IT주 순항의 배경에는 ‘큰손’ 외국인투자가들이 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삼성전자 주식을 3,828억원어치 매수했고 SK하이닉스도 2,21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코스콤 시스템상으로 수치 확인이 가능한 2006년 1월 이후 하루 순매수 규모로는 최대다. 주가 등을 고려하면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하루 순매수 금액도 2013년 10월8일(3,474억원) 이후 가장 컸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8.76% 급등하는 등 기술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대표 반도체·IT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미국 채권 금리에 따른 조정 장세가 일단락된 지난달 12일부터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IT주를 집중 매수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8,872억원)와 삼성전자(3,569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올 들어 삼성전자 한 종목만 2조6,838억원 팔아치운 것을 고려하면 빠른 매매패턴 변화다. 인플레이션 쇼크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관세 충격이 국내 증시에서 부각되자 외국인투자가들이 한발 앞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IT주 매수로 투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IT 업종은 비교적 무역전쟁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첫 관세 부과가 철강·알루미늄에 국한된 것처럼 산업재의 타격이 크고 IT는 상대적으로 피해 업종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하고 있는 약달러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IT 업체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달러 가치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수출 환경이 긍정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액은 240억달러(25조6,000억원)로 2016년 대비 1.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글로벌 무역전쟁의 사정권에 있는 산업재의 경우 피해 영역이 철강에서 자동차까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연임의 명운이 걸린 오는 11월 미 의회 선거의 경합지로 자동차 산업 생산 지역들이 꼽히면서 향후 미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무역장벽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리조나·네바다·웨스트버지니아·인디애나·미주리 등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합 주에 자동차 산업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고 있다”며 “트럼프 통상 압박의 다음 타깃은 철강·알루미늄 이후 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