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낭만 제주’의 불편한 진실

최수문 사회부 차장

‘낭만의 섬’ ‘세계적 관광도시’ 등으로 불리는 제주도.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있다. 범죄 문제에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제주도에서는 인구 10만명당 무려 5,456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국내 17개 시도 가운데 최대다. 이는 가장 적은 전북(2,862건)의 2배이며 서울(3,455건)보다도 2분의1이나 많다.

더 큰 문제는 매년 범죄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서는 2016년 모두 3만5,003건의 범죄가 발생했는데 이는 2012년의 2만6,284건에서 4년 만에 33%가 늘어난 것이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특히 심각하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2016년 490건으로 2012년(345건)보다 4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국의 강력범죄가 2만5,152건에서 2만5,765건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제주도만 급증한 셈이다.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도 이러한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배경 설명이 된다. 범죄라는 측면에서 보면 제주는 이미 망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제주는 그렇지 않았다. 범죄 증가는 원주민과 이주민·관광객으로 인한 갈등 탓이 크다. 급증하는 관광객에 더해 쏟아지는 이주민으로 제주 사회는 고난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2월 제주에 홀로 여행을 간 20대 여성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2012년 7월 제주 올레 코스에서 40대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렀다. 제주도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여행객들이 범죄를 당하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고, 또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만 악평을 듣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제주는 다르다. 제주는 그 자체로 여행객들이 꿈꾸는 ‘낭만의 섬’이다. 이러한 이미지가 깨지려 하는 것이다. 또 실제로 범죄율이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미흡한 대응은 정말 아쉽다. 제주도는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이 나고 이달 초 인증제 등 안전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단속 관리도 업자의 자발성에만 여전히 의존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제주도가 세계 최고의 관광지이자 혼행(혼자 하는 여행)의 성지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 제주’라는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 제주 사회, 또는 세부적으로 제주 관광이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사례는 넓게 보면 한국 사회의 바로미터가 된다. 이미 출산율이 떨어지고 대신 외국인주민들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중국인관광객(유커)의 방한이 주춤하고 있지만 곧 회복되고 전체 외국인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안전 한국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덧붙여 말하면 2016년 국내 범죄 발생 건수는 185만건으로 전년(186만건)에 비해 다소 줄었다.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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