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청구된 19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 창문에 커튼이 쳐진 채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장고 끝에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한 배경에는 ‘철저한 혐의 입증을 위해 신병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명시한 혐의는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6가지다. 하지만 이에 따른 범죄 행위가 10여가지에 이르는 만큼 검찰은 구속 상태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특성상 재차 불러 조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셈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각종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정황까지 포착하면서 검찰은 ‘그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와 측근들의 진술로 혐의를 충분히 소명했고 증거 인멸까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공’에 나선 것이다.
검찰이 구속 수사에 나서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20~21일로 예상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간 ‘불꽃 공방’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제출한 206쪽짜리 구속영장 신청 자료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지분의 80%가량을 보유한 주인으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보유 지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이 주식 전량을 보유한 실제 소유주라는 얘기다. 아내 김윤옥 여사가 과거 10년간 다스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아들 이시형씨가 큰아버지이자 다스 회장인 이상은씨 몫의 배당금을 별도로 관리해왔다는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이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검찰이 파악한 뇌물 수수 금액은 110억원으로 크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17억5,000만원), 삼성전자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약 60억원), 2007~2011년 사이 민간영역에서 받은 35억5,000만원가량 등 세 덩어리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장다사로 전 기획관이 8억원의 예산을 적용해 불법 여론조사를 벌이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도 수사 대상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가 다스 자회사 등을 통해 각각 59억원, 99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배경에도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밖에 국가기록원에 넘길 문건을 다스의 ‘비밀창고’로 빼돌리거나 전국 10여곳의 부동산·예금 등 차명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탈루한 점도 혐의 내용에 포함됐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혐의 자체를 부정하거나 ‘관련이 없다’ ‘처벌을 경감받기 위한 (측근들의) 허위 진술’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 자체를 끼워 맞추기식 표적수사로 단정했다. 이날도 이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 청구 직후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 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예상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있을 영장심사에서 검찰과의 한 치 양보 없는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안현덕·이종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