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가 하락의 여파가 서울 강남권까지 확산된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입주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 잠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 84㎡ 전세 매물이 8억원에 나와 있다.
이 평형은 2년 전 8억원 중반에서 계약됐고 한때는 최고 9억원 중반까지 가기도 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세를 끼고 산 투자자들이 급전세 매물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세입자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며 “8억원선도 깨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도 최근 서울시의 재건축아파트 이주시기 조정으로 전세시장이 한숨을 돌리면서 수요자 우위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84㎡의 경우 한달 전 13억원선이었으나 현재 고층부는 11억5,000만~12억5,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저층은 10억원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서울 강남의 전세까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연쇄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6월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전년동기 대비 12.6% 늘어난 10만5,121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급증한 5만4,323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1~3월에는 5만5,939가구가 입주했으며 하반기에도 11만8,738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는 올해 말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면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헬리오시티는 벌써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거래는 없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의 전세가 8억~8억5,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세입자들은 관망세”라며 “여름이 지나면 8억원 이하에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송파구를 제외하고 서울의 입주량은 많지 않지만 용인·위례·하남미사·다산신도시 등 경기 남부권의 대규모 입주로 전세시장 상승 압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서울 강남 시장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전세난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의 분양가의 90% 수준에서 전세가가 형성될 듯하다”며 “여기서 전세가 좀 더 떨어진다고 매물을 던질 집주인들은 없다”고 전했다. /이혜진·이주원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