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맞춰’ 정렬된 카세트테이프.
지난 2월 방송된 무한도전 ‘토토가3 H.O.T.’의 열기는 뜨거웠다. 17만 명이 신청했고 현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공연장 바깥에서도 그들을 연호하며 17년 만에 모인 그들과 추억을 함께 나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었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문득 장식장 한편에 빼곡히 보관된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떠올랐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언제든지 찾아서 들을 수 있지만 1990년대에는 한 곡을 듣기 위해 그 가수의 앨범을 사야만 했다. CD를 사기엔 용돈이 여의치 않았기에 그 보다 저렴한 카세트테이프를 수시로 사고 모았다.
레코드점에서 무얼 들을까 표지만 보고 고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얇은 비닐을 살포시 벗기면 빛나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더욱 설렘을 안겨줬다. 카세트 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딸각 누르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A면 1번 트랙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앨범 재킷 속 가수의 사진과 가사를 보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마지막에 있는 ‘스페셜 땡스 투’를 읽은 뒤에야 비로소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이다.
앨범 재킷 속 빼곡한 가사 끝에는 아티스트가 전하는 ‘스페셜 땡스 투’가 있다. 앨범을 사면 어떤 메시지가 있을지, 누구를 언급할지 기대하게 된다.
CD나 MP3플레이어라면 원하는 곡으로 ‘점프’가 가능하지만, 카세트테이프는 ‘감으로’ 감아야 한다. 그것이 귀찮으면 그냥 좋든 싫든 앨범에 담긴 노래를 다 듣게 되고 그러다가 남들은 모르는 그 가수의 ‘명곡’을 발견하기도 했다.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내 스타일의 노래를 발견했을 때는 본전을 뽑고도 남는 기분이다. 자연스레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 앨범과 가수에 더 정이 쌓였던 건 아닌가 싶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2018년 지금, 카세트테이프의 음질과 편리성은 단연 뒤떨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추억만은 17년이 지나도 더없이 소중하고 그립다.
/글·사진=탁시균기자 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