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버닝’제작보고회에서 이창동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동 감독이 ‘시’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영화 ‘버닝’이 다음달 국내 개봉과 칸 국제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 주연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버닝’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감독은 “전작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라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자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버닝’은 각자 미스터리한 면모를 지닌 세 남녀의 이야기다.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는 배달하러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던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종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해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그녀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해미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고양이를 종수에게 맡기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을 종수에게 소개한다. 고급 빌라에 거주하며 세련된 음식과 지적인 대화를 즐기는 벤은 완벽한 삶을 사는 듯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어느 날 벤이 해미와 함께 종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힌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 감독은 “기본적 이야기 줄기가 그동안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문제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가져온 다음부터는 소설은 소설대로 두고 영화적 고민을 입혀 작업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버닝’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스티븐 연(왼쪽부터), 유아인, 전종서가 각자가 연기한 인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닝’은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데뷔 이후 10여년간 이 감독과의 작업을 꿈꿨다”는 유아인은 ‘베테랑’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며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옥자’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전종서는 생애 첫 영화로 국제무대에 선다.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는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며 “배우들에게도 좋은 기회와 경험일 것이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얼리즘의 거장으로 통하는 이 감독에 대한 출연배우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유아인은 “이창동 영화는 진짜가 아닌걸 만들려 하지 않는다”며 “상황과 공기, 인물과 각종 액션을 내면화하면서 그 느낌 자체를 카메라에 담기로 했고 한 사람으로서 진짜 깨어나는 것 같은 순간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스티븐 연도 “이 감독도 나도 작품 속 벤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지만 서로를 만나며 흐름을 만들었고 물 흐르듯 작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신인 여배우로 이창동의 선택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전종서 역시 “한 테이크마다 나를 덜어내는 느낌을 받았고 ‘이게 나인가 싶을 때’ 항상 오케이였다”며 “이창동 감독의 진두지휘로 영화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젊은 청춘에 관한 영화였고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다”며 “가능하면 영화가 어떤 의지와 목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지는, 모두가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기를 바랐다”고 화답했다. 5월 17일 개봉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