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세가 강해졌다. 한국의 대외신용도가 높아지며 외국인 매수세를 유인하고 있다. 아직은 투자 심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단기물 위주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대외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외국인 수급이 한동안 양호한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액은 4조4,872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리 인상 시그널이 제시되면서 8~12월 중 10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원화 채권을 팔아치웠지만 올해 1월 7조1,382억원을 순매수한 후 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특히 가장 많이 매수한 유형은 통안증권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약 2조7,427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국채는 1조7,189억원을 사들였다. 그 밖에 은행채를 200억원 순매수했으며 회사채는 11억원어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올해 초 국내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중에도 원·달러 스와프 포인트 하락세를 이용한 재정거래를 확대하며 매수세를 유지했다. 재정거래는 국가 간 금리 차이가 있을 때 저금리 국가로부터 고금리 국가로 자금을 이동시켜 금리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면서 매수세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적 위험으로 지적받았다. 하지만 4월27일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는 판단과 함께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0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던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44.92bp로 내려왔다. 역대 최저수준은 2016년 9월의 39.47bp다.
외국인이 국고채나 통안채 등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일반적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회의적이지만 이번에는 전문가들의 반응이 다소 긍정적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재차 드러내고 있는 만큼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 신인도는 제고됐으며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도 CDS 프리미엄이 내려가는 데 일조했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CDS 프리미엄 하락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여타 신흥국 통화에 비해 작을 것”이라며 “채권 금리의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의 수급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