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사와서 드세요" 여전한 대학축제 '술판'

교내 주류판매 금지에도 반입은 허용
"이번 기회에 음주축제 없애야" 목소리도

교육부에서 대학 축제의 주류판매 금지를 권고했다./출처=이미지투데이

“주류는 판매하지 않으니 직접 구매해 오세요.”

국세청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주류판매 금지를 권고한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봄 축제가 한창인 서울 대학가의 음주를 막을 수 없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축제 기간 주류 판매를 금지했지만 손님이 술을 사 오는 것은 허용했기 때문이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축제가 열린 세종대에서 주점을 하는 각 단과대는 미리 제작해둔 홍보용 현수막과 메뉴판에서 맥주, 소주 등 주류 항목을 모두 지웠다. 대신 화이트보드에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은 괜찮아요”라고 써두었다.


덕분에 대학 주변 편의점들만 특수를 누렸다. 술 없는 축제는 어색하다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주류 등을 구매하는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세종대 축제를 찾은 다른 학교 학생 최모(20)씨는 “맨정신으로 다른 학교 축제에서 놀기 민망해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편의점에서 맥주를 두 캔 구매했다”고 말했다. 주점 곳곳 아이스박스에서도 맥주병이 포착됐다. 교육부에서 공문을 보내기 전 미리 구매해둔 것이라 버릴 수 없어, 그냥 마시기로 한 것이다.

축젯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중간고사를 버텨낸 학생들은 갑작스런 주류판매 금지 지침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축제를 코앞에 두고 공문을 보낸 것도 합당하지 않지만, 수십 년도 더 된 축제 관행을 바꾸는 일에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가 없던 점이 수긍하기 어려웠다. 성균관대 조기화 총학생회장은 “축제 일주일을 앞두고 내려온 공문이라 문제점을 검토하고 따지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일부 기업은 주류 판매가 취소되자 행사 지원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앙대 박모(21)씨는 “학생들이 주점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다시 학생 복지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편의점주들만 이득을 봤다”며 “차라리 술 판매를 허용해서 학생들이 이익을 얻는게 낫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모(21)씨는 “대학 축제에서 술은 아주 오래된 관행으로 안다”며 “무작정 취소하기보다 교육부가 나서서 절충안과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기회에 대학가 축제에서 술 마시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앙대 양모(20)씨는 “‘술 없는 축제’를 환영한다”며 “비싼 값에 술 사오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럼 난동 부리는 취객도 없는 진짜 대학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한양대 최모(21)씨도 “대학에서는 술이 너무 필수인게 불편했다”며 “이번 기회에 대학에서 음주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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