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회장 별세] 트렌디한 4세 경영인 '관록의 6인'과 미래 먹거리 찾는다

[닻 올린 구광모號…'젊은LG' 미래는]
스타트업 투자·M&A로 역동적인 기업 탈바꿈 기대
전장부품 중심 B2B 사업 영역 한단계 도약 노릴 듯

20일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995년 3대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의 사업 물줄기를 크게 전자·화학·정보통신 등 세 가지로 바꿔놓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정부 주도 ‘반도체 빅딜’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겨주고 ‘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증권·카드 등 금융 사업에서 철수한 아픔도 있지만 혁신 정보기술(IT) 업체로 LG가 세계인들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은 구 회장 시절 때다.

4차 산업혁명 초입의 산업 속에서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 구광모 상무의 어깨는 그 어떤 후계자보다 무겁다. 전자 등 아버지 때 확고히 자리 잡은 사업은 과거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TV·스마트폰 등 모두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

구 상무 시대의 LG는 젊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한편 전장부품을 중심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을 비롯한 7인의 부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현회(왼쪽부터) 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구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사진제공=LG

◇‘젊은 LG’…역동적 LG 거듭날 것=구 상무는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경영인에게 학위보다는 밑바닥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학교를 그만뒀다. 그 대신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두 곳에서 1년여간 IT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한 구 상무는 최신 산업 트렌드에 관심이 큰, 젊고 소탈한 후계자라는 전언이다.

재계에서는 경영 전면에 나선 구 상무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특히 4차 산업시대에 LG가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LG가 일찌감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해 키워온 자동차부품 사업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LG전자뿐 아니라 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모두 자동차부품 관련 경쟁력 높이기에 몰두했을 정도로 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적극적인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도 젊은 구 상무 체제에서 기대되는 부분이다. 재계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온 LG이지만 급변하는 산업 기술 발전과 경영환경 변화에 외부 기술과 인력 수혈은 필수적인 경영 요소가 됐다.

◇‘6인 부회장’ 적극 보필…계열사 책임경영 유지=LG는 그 어떤 대기업보다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진 기업으로 통한다. LG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6명의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구 상무의 총수 안착을 적극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LG도 “구 상무를 중심으로 6명의 부회장 전문경영인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6명의 LG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은 조성진(LG전자), 하현회(㈜LG), 한상범(LG디스플레이), 박진수(LG화학), 차석용(LG생활건강), 권영수(LG유플러스) 부회장이다. 박진수(66) LG화학 부회장이 가장 연장자이고 차석용(65), 한상범(63), 하현회·조성진(62), 권영수(61) 부회장 순서다.

무엇보다 하현회 ㈜LG 부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LG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구 상무가 공식적인 그룹 총수로 등극하기 전까지 한동안 대외적인 그룹 대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가 ㈜LG 시너지팀 부장 시절 하 부회장이 팀장(부사장)이기도 해 후계 구도 안착과도 연결돼 있다.

그룹의 양대 축인 LG전자와 LG화학의 조성진 부회장과 박진수 부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조 부회장과 박 부회장 모두 LG의 미래를 책임질 전장 사업 분야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LG 구광모’ 시대의 성패를 좌우할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을 구 상무 시대에 꽃피워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시장 형성 초기에 있는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OLED 사업 성패에 구 회장이 출범시킨 LG디스플레이의 운명이 걸려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차 부회장은 LG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M&A 귀재’로 불릴 정도로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LG 역대 최대인 1조 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전장 업체 ZKW를 인수하는 등 M&A를 통한 LG의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차 부회장의 M&A 일가견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세대(5G) 서비스 발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한재영·신희철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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