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한 지붕 두 편의점' 입점…점주들은 "청천벽력"

부산 이어 다시 '상도덕' 논쟁…승자 없는 근접 출점
출점 거리제한 두면 '담합'…편의점가맹주협의회 "상생방안 마련 중"

한 지붕 아래 두 편의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출처=연합뉴스

“지난 9개월간 남편과 12시간씩 번갈아 일해 왔어요. 우린 아프지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바로 아래층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온다니….”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인근 650세대 규모의 오피스텔 1층에서 A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 모(55) 씨는 최근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아래 지하 1층에 B브랜드 편의점이 입점한다는 얘기였다.

이들 부부는 남편 퇴직 후 경기 김포시에서 2년 여간 편의점을 운영하다 교통비라도 아끼고자 지난해 9월 집 근처 용산에서 현재 편의점을 개점했다. 조 씨 부부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편의점 본사에서는 “업계에 상생 분위기가 있어서 다른 편의점이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들 부부는 본사 말처럼 오피스텔 입주자들만 잡아도 충분히 벌이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운영을 결심했다. 비수기인 겨울을 지나면서 한동안은 장사가 안 돼 가게 임대인에게 월세를 깎아줄 수 없느냐는 부탁까지 해야했다. “아직 추운 데다 설 명절도 껴있어서 2월에는 편의점 장사가 되질 않아요. 그래서 임대인을 만나서 조금만이라도 월세를 깎아 달라고 했어요. 주인은 월세는 못 깎아주겠다고 하더니 대신 사정을 봐서 현금 30만 원을 주더라고요.”


날이 따뜻해지면서 점차 벌이도 나아져 슬슬 자리를 잡아가던 그때 별안간 날아든 편의점의 추가 입점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조 씨는 “새 편의점이 이달 25일 문을 연다더라”며 “다들 똑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올 편의점 점주를 탓하는 게 아니다. 업계에서 이렇게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조 씨가 겪은 편의점 근접 출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편의점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지난해 8월 부산에서도 이미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운영 중인 건물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 ‘상도덕’ 논란이 일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마땅한 법적 해결책도 없다. 업계에서 일정한 거리 안에는 경쟁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의견을 모을 경우 담합으로 법에 저촉될 수 있는 탓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원래 편의점 본사 간에는 출점 시 다른 브랜드 편의점과의 거리 제한이라는 게 있었다”며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를 담합이라고 판단해서 못하게 했고, 현재는 같은 브랜드 편의점끼리만 ‘250m 이내 출점 금지’ 기준을 따르는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일정한 거리를 제시하고 이를 지키라는 식으로 제한을 두면 인근에 다른 편의점을 열려는 점주의 사유 재산 행사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돼 문제가 복잡하다”며 “이런 식의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거리 제한을 두면서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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