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에 대해 엇갈린 신호를 보여주는 지표가 줄줄이 발표되면서 경기논란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두 달 새 발표되는 지표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민간전문가들은 건설·설비투자 등 경기민감 지표의 부진에 주목하며 ‘침체’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1·4분기 통계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잠재성장률을 3%로 추정하는 상황에서 한 분기 만의 1% 성장은 좋은 징조다. 경제 견인차인 수출도 전 분기 대비 4.4% 늘어 지난해 3·4분기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지난 5월 수출액도 전년 대비 13.5%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산업생산도 지난 4월 1.5% 증가하면서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도소매업과 서비스의 전망도 밝다. 가계부채 확대와 고용 부진으로 내국인 소비는 크게 늘기 어렵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뚝 끊겼던 유커들이 귀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체’의 전조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투자지표가 암울하다. 1·4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쳐 3년여만 에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부동산 규제가 경제성장에는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 증가율도 5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3·4월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4분기 제조업 성장률도 2.7%(전년 대비)에 그쳐 6분기만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 기업들의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미래와 현재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반 하락했다.
대외여건도 ‘악화일로’다.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신흥국 금융불안 등 곳곳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에 이어 이탈렉시트가 가시화될 경우 유럽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3일 국내 경제가 2·4분기 들어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 절벽, 가계부채 증가, 분배 위주의 재정 정책 등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내수 불황’ 도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