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은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재판거래 사태에 대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대법관 12명의 의견을 들었다. 사법발전위원회·전국법원장간담회·전국법관대표회의에 이어 사법부 최고의결기구인 대법관회의 구성원들과 의견 수렴의 마지막 자리를 꾸린 것이다.
사법부 최고 판단자인 대법관들의 의견은 김 대법원장의 최종 결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영한 선임 대법관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특별조사단이 밝힌 문제의 재판에 참석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대법관들은 대체로 자신들과 관련된 재판거래 의혹 제기에 걱정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문제를 사법부 자체 자정 노력으로 해결해야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협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많았다는 전언이다.
대법관들과의 만남으로 의견수렴에 마침표를 찍은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최종 후속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조차 사법부의 검찰 수사 의뢰·협조에 부정적인 입장을 낸 만큼 김 대법원장이 이를 적극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정조사 등 국회를 통하는 방안도 공론화된 적이 없어 당장 택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고위 법관들이 지지하는 사법부 자체 개혁안을 중심으로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형사조치는 일선 판사들의 안처럼 시민단체 등이 이미 제기한 고발을 토대로 검찰의 판단에 맡기는 쪽으로 결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선 판사들이 예상과 달리 신중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김 대법원장의 결단에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사법부 자체 해결에 치중할 경우 법원 안팎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이날 김호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재판거래의 정황이 드러난 사건들을 심리한 대법관들의 의견을 판단 근거로 삼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태 해결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