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P2P 대출 가이드라인 개정안
금융감독원이 개인간거래(P2P) 업체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이 공개하는 연체율을 평균 연체율과 구분해 각 대출 유형별로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 복수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P2P 업체들이 부동산대출의 높은 연체율을 숨기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대출 연체율과 평균을 낸 연체율을 공시해온 데 따른 것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3·4분기에 나올 P2P대출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보대출 등 대출상품 유형별로 연체율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도 P2P대출 유형별로 구분해 공시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만큼 업계 반발에도 가이드라인 개정이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이렇게 되면 P2P 업체의 부동산대출 상품에 대한 연체율과 부실률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율은 3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을, 부실률은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을 각각 의미한다.
P2P 업체 중 부동산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을 모두 취급하는 업체는 모든 대출상품의 연체율을 뭉뚱그려 평균 연체율만 공시해왔다. 이러한 P2P 업체의 주요 수익원인 부동산대출이 연체율이 높다는 사실을 투자자가 알면 불안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협회 회원사의 전체 누적 대출액 2조2,093억원 중 부동산대출은 1조5,140억원으로 절반이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P2P 업체에 투자한 투자자 불안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평균 연체율과 부실률을 공개하다 보니 투자상품에 대한 부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부동산대출 상품에 대한 별도 연체율과 부실률을 공개하게 되면 높은 부실률이 고스란히 드러나 손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P2P금융협회가 최근 낸 공시자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들의 부동산 연체율은 제외하고 전체 연체율 3.57%만 공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P2P 부동산 투자 연체율과 부실률을 합치면 18%에 육박한다며 투자자 주의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또 다른 P2P 업체 조직인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공시자료가 아예 없어 투자자들이 ‘깜깜이’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이 검경과 합동회의를 열고 P2P 업체 범죄행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나선 후 경찰은 P2P 업체에 대한 수사와 내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 현재 수사에 들어간 업체는 4곳 정도”라고 밝혔다. 일부 핀테크 업체 대표도 “본격적인 수사는 아니지만 (경찰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 최근 제출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검찰이 P2P 업체를 압수수색하자 경찰이 경쟁적으로 가세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P2P 업계에서는 P2P와 연계된 대부업자에 대한 금감원 실태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결과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금횡령 등의 문제가 있는 불법 P2P 업체는 설 곳이 사라지고 우량 업체 위주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 원금손실 우려 등으로 논란도 예상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수사기관과 계속해서 공유하고 있다”면서 “P2P 업체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나서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검경이 우선적으로 나서줘야 P2P 업계의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