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기상조건이 나쁜데도 농민들의 요청으로 무리하게 비행기를 띄워 농약을 살포하다 추락한 조종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항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52)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항공사 운항부장인 박씨는 2014년 8월 전남 해남군 상공에서 1인승 비행기를 조종해 농약을 살포하다 거세진 바람 때문에 한 차례 비행을 중단했다.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농약을 살포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청을 받고 다시 비행에 나선 박씨가 지상으로부터 가까운 약 6m의 높이에서 농약을 살포하던 중 갑작스런 하강기류가 발생했고 비행기의 전방착륙장치가 농로 둑에 부딪히면서 추락했다.
검찰은 비행경력 20년, 총 비행시간 2,375시간의 무사고 조종사인 박씨가 기상조건이 나빠 위험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비행에 나선 과실이 있다며 항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했고 2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박씨는 농약 살포를 하기엔 바람이 불규칙하고 세게 부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알았다”며 “갑작스런 하강기류가 발생할 경우를 예측해 비행기 추락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과실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