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현(가운데)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교수팀이 위암 환자에게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말기암으로 불리는 4기 진행성 위암. 암이 간·폐·뼈·복막 등 다른 장기나 위에서 멀리 떨어진 원격 임파선에 전이된 상태로 수년 전만 해도 생존율이 매우 낮았다. 병원에서도 치료보다는 통증완화와 영양공급에 치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암치료(항암화학요법)로 암이 전이된 병변을 치료하거나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광범위한 위 절제수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박조현 위장관외과 교수팀이 지난 2010~2015년 가톨릭대 의대 산하 8개 부속병원에서 4기 진행성 위암 진단을 받은 419명을 4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항암치료 후 광범위한 위 절제술(전환수술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은 평균 42.8%로 항암치료만 받은 환자군(12.0%)의 3.6배나 됐다.
수술의 치료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항암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만으로 제한하면 3년 생존율은 61.1%까지 올라갔다. 항암치료에 반응하고 항암치료만 받은 환자군(16.2%)의 3.8배다. 박 교수는 “말기암을 포함한 진행성 위암 환자도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위암수술 사망률은 1% 미만. 수술 후 장기생존을 나타내는 5년 생존율은 80%를 웃돈다. 40세 이상 인구에 대한 국가건강검진, 항암제와 보조요법 약물이 좋아진 것도 원인이지만 위암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의 숙련도가 높아 치료 효과가 높은 광범위 위 절제술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행한데 힘입은 것이다.
4기 환자 3년 생존율 42.8%로
조기 위암은 생존율 95% 달해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는 다학제팀이 결정한 진료 프로토콜에 따라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한다. 박재명 위암센터장(소화기내과)은 “조기 위암은 수술 후 생존률이 95%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에 완치 뿐 아니라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갖고 위를 절제하지 않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술(ESD)이나 위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복강경수술 등을 한다”며 “위내시경 검사를 통한 위암 조기 발견율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첨단 장비를 갖추고 충분한 시간 꼼꼼하게 검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위암센터는 치료 전 정확한 진단을 위해 내시경적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단층촬영(PET-CT) 등의 진단법을 이용한다. 조기 위암은 내시경 점막하박리술, 복강경 수술, 기능보존 수술, 다양한 재건술을 시행하고 있다. 진행성 위암은 수술 전 항암치료, 복강 내 항암요법, 전이 병소를 포함한 광범위한 절제술 등을 시행한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 처럼 위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정기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1∼2년에 한 번, 20~30대라도 소화기 증상이 잦으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위암은 특이 증상이 없고 일반적인 위장질환과 구분이 어렵다. 위암의 치료는 종양 자체뿐 아니라 암이 퍼져나갈 수 있는 조직을 충분히 절제하는 근치적 절제가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조기 위암 진단이 증가하고 위암의 병태생리 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돼 수술 후 평균 생존율이 증가함에 따라 삶의 질을 높여주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가 그 예다.
“내시경 검사 정기적으로 하고
짠 음식·가공육류 등 주의를”
우리나라 암 발생 1위는 여전히 위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2015년 1만9,545명이 진단돼 전체 암 발생의 17.2%를 차지한다. 다행히 위암은 초기 단계에 발견되면 완치할 수 있는 대표적 암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에 상부 위장관 검사가 포함돼 40세 이상 연령층은 2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기 때문에 위암의 조기 발견율이 높다. 덕분에 한국인 위암 5년 생존율은 75.4%로 미국(31.1%)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암의 원인은 유전적·선천적 요인과 음식물·흡연·감염·환경 등의 후천적 요인으로 구분한다. 유전적 요인이 아직 분명하지 않아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등 후천적 요인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다한 염분, 질산염·아질산염 같은 발색제·방부제가 들어간 가공식품 섭취,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과 EBV 바이러스 감염 등이 대표적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