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주력업종 릴레이진단] '백화점식 판매' 대신 모델 간소화...자율주행차 전자부품 R&D도 강화를

글로벌시장 트렌드 맞게
SUV 경쟁차종 개발 필요
대체·파견근로 허용해
낮은 생산성 개혁 절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조정,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한 미래 대비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는 전략적 선택을 미루지 말고 속히 미래 차 로드맵을 수립해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현 위기는 시장 트렌드 변화 및 R&D 투자에 소홀한 기업, 고비용 저생산성의 뿌리인 대립적 노사 관계,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미래 차 로드맵 실종 등이 맞물린 결과로 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경쟁 차종’과 ‘전략 차종’의 부재가 위기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고급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급속히 바뀌었는데도 현대차 등 국내 업체들은 이에 걸맞은 경쟁차종(SUV)을 내놓지 못했다”며 “그렇다고 전략적으로 미는 차가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의 부재가 총체적인 시장 대응 부실로 이어졌다”고 규정했다.

기업들이 미래 방향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완성차 ‘빅3’만 해도 모델 조정을 통해 미래 차(자율주행차)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 확고하다. 가령 포드가 산타페·엘란트라를 다 합친 것보다 판매(연간 기준 86만대)가 많은 F시리즈 모델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업체들이 북미 신용 세단 사업마저 과감하게 접는 결정을 하는 이면에는 돈 되는 모델을 중심으로 한 캐시플로 확보 전략이 있다”며 “우리는 그런 전략적 선택이 늦다”고 말했다. 그는 “실익이 없는 비즈니스에 매달리고 지배구조 문제에 발목마저 잡힌 우리와는 확연히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R&D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그는 “매출 대비 R&D 규모로 말할 게 아니라 R&D의 절대량이 많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전문 연구 인력의 부족, 고령화 등의 문제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제는 완성차에서 35%까지 되는 전자부품의 R&D도 병행해야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종합 대책 수립은 화급한 과제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이제 2~3년 뒤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가 눈앞에 보일 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기업들이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낮은 생산성 개혁도 절실하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상대적으로 저가 차를 만드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임금은 최고 수준”이라며 “경쟁력이 생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대차가 26.8시간(2015년 기준)으로 도요타(24.1시간), 포드(21.3시간), GM(23.4시간) 등 주요 경쟁사보다 길다.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14.7시간이라는 점에서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은 고질적이다. 반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임금은 9,213만원으로 도요타(9,104만원), 폭스바겐(8,040만원) 등보다 높다. 김 회장은 “선진국처럼 노사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바꾸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며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대체근로, 파견 근로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김우보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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